[사설]대선 1주 전에야 공약집 내는 후보들… ‘깜깜이 선거’ 합작인가

아무리 대통령 탄핵으로 갑작스럽게 치러지는 조기 대선이라지만 역대 대선 중 공약집이 가장 늦게 나온 선거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세우게 될 판이다. 지금껏 공약집 발표가 가장 늦었던 경우는 18대 대선으로 당시 박근혜 후보가 대선 9일 전, 문재인 후보가 10일 전 공약집을 공개했다. 역시 조기 대선으로 치른 19대 때도 이번 대선보다는 나았다. 당시 홍준표 후보는 22일 전, 문재인 후보는 11일 전 공약집을 냈다.
양당은 꼼꼼한 자체 점검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기실은 각자의 정치적 계산 때문일 것이다. 지지율에서 앞서는 민주당은 당장 책잡히거나 논란 살 이슈의 여론화를 최대한 늦추기 위한 ‘부자 몸조심’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경우 막판 후보 교체 시도까지 있었던 데다 여전히 ‘빅텐트 단일화’를 추진 중이어서 공약 준비는 뒷전에 밀린 분위기다.
후보자의 정책 비전을 담은 공약집은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에겐 선택을 위한 중요한 정보다. 그런데도 공약집을 투표 직전에 내는 것은 사실상 국민 알권리 침해이자 ‘깜깜이 투표’를 강요하는 속임수나 다름없다. 이미 배포된 선거홍보물은 후보별 차이가 크지 않다. 한결같이 경제 복지 민생을 강조하고 ‘인공지능(AI) 3대 강국 진입’ 같은 구호조차 똑같다. 중앙선거관리위 홈페이지에는 후보별 10대 공약이 게시돼 있지만 그 역시 말잔치 수준이다. 여기에 TV토론마저 정책 대결은커녕 상호 비방전으로 끝나고 마는 게 현실이다.
이번 대선에서 선출되는 대통령은 인수위원회도 없이 곧바로 취임한다. 12·3 비상계엄 이후 6개월의 국정 공백을 메우는 것도 벅찬데, 공약을 다듬고 정돈할 시간도 없이 미국과의 통상 협상 등 엄중한 과제에 매달려야 하는 형편이다. 이미 많이 늦었다. 정책 공약을 서둘러 제시하고 제대로 검증받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이자 신뢰받는 국정 출발의 지름길일 것이다.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이재명 우세속, 김문수 PK-60대 상승세… 이준석 첫 10%
- [이기홍 칼럼]김문수, 다 버려야 잃어버린 보수 되찾는다
- 李 “檢 제정신인가” 金 “공수처 폐지” 지지층 결집 총력전
- [사설]대선-지선 다 이긴 尹의 부정선거 집착은 도착적 자기모순
- 전기료 안 올린다지만… “이재명-김문수 전력 공약 현실화땐 인상 불가피”
- 이준석 “단일화 없다… 끝까지 내 이름으로 승리할 것”
- 민주 “대행체제서 임명 기관장 특검-헌소, 즉시 추려내기 돌입”
- [단독]건진 샤넬백 이어 ‘6000만원대 목걸이’ 김건희 비서 관여 여부 수사
- [단독]中 이직하려던 SK하이닉스 50대 前직원, 첨단기술 170개 자료 5900장 찍어 유출
- 김정은 눈앞서 쓰러진 北 신형 구축함… “용납 못할 범죄” 처벌 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