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우리] 美·中 관세협상 ‘디테일의 악마’ 찾기
美 주도의 공급망 질서 구축과
中의 반미 연합전선 형성 사이
韓, 어떤 지혜 발휘할지 고민을
미·중 양국이 세계적 불확실성은 물론 자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요인이 계속 돌출하자 결국 관세 치킨 게임을 지양하자는 데 합의했다. 제네바에서 마주 앉은 양국은 상호관세를 미국은 30%로 중국은 10%로 일단 조정하고 향후 90일간 본격 협상을 진행하자는 일시 휴전에 동의했다. 그러나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에 부과된 상호관세 부분의 원상 복귀일 뿐 기존의 양국 간 관세는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에서 협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반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앞세운 트럼프의 ‘관세 제일주의’ 정책은 기본적으로 정부 재정적자 축소와 감세에 초점을 맞추고 무역적자 축소와 미국의 제조업 부활이라는 큰 그림을 염두에 둔다. 그러나 트럼프식 관세 정책은 국채 시장과 증권 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했고 서민 물가도 불안하다. 1분기 성장률은 -0.3%를 기록하였고, 정부 부채 증가로 미래를 나타내는 국가 신용등급도 한 단계 강등됐다. 국제 지도국 미국 이미지 손상은 물론 소비자심리지수도 침체돼 디플레이션 경고까지 나온다. 한마디로 미국의 미래도 불안하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여유 있어 보이지만 중국도 급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무리 지구전에 능하다 해도 제조업을 통해 구축한 국제 공급망이 파괴되면 중국도 어려워지기는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미국이 내년 중간 선거를 의식하듯 대미 결사 항전을 천명한 시진핑 체제도 2027년 21차 공산당 대표대회를 앞두고 있다. 지금이 미국을 극복할 절호의 기회라고 인식하고 2050년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 영향력 국가로의 도약을 강조하는 중국의 국가발전전략 목표에 차질이 생기면 공산당 통치의 합법성과 정통성이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국은 미국의 대중 압박이 중국의 도전을 완벽히 제압하려는 데 본질이 있음을 알고 있다. 일단 중국은 트럼프 1기의 경험을 통해 ‘타협을 통한 협력 추구’보다는 ‘투쟁을 통한 협력 추구’가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결사 항전을 강조하는 것도 바로 ‘투쟁’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은 2023년 2월 ‘미국의 패권과 횡포, 괴롭힘 및 그 해악’이라는 격문을 통해 ‘반미 패권 전략’의 일단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전략은 미국을 패권으로 정의하고, 무역·과학기술·산업 및 금융 그리고 체제 문제에 대한 지속적 투쟁을 강조하고 있다. 또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고통받는 국가들을 규합하는 ‘반패권 통일 전선’을 이끌 것임도 천명하였다. 이를 통해 경제 분야는 물론이고 전반적인 국력 면에서 중국이 종국적으로는 미국 극복이 목표임을 선언하고 있다. 최근의 동남아 순방이나 중·러 정상회담 그리고 ‘다자주의’를 내세운 우군 만들기가 바로 반미 연합 전선 구축의 시도다.
이제 미래 세계는 중국 공급망에 바탕을 둔 기존 질서와 미국 주도 공급망 질서 구축이라는 기로에 서 있다.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면서 세계와 호흡하는 경제 질서를 고민하는 한국의 입장은 더욱 어렵다. 미·중 간 ‘디테일에 있는 악마’를 찾아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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