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대법원과 21년 기싸움한 ‘조세 소송’ 다시 심리 중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엇갈린 판단을 내놓으며 20년 넘게 결론이 나지 않은 조세 소송이 헌재에서 다시 심리되고 있다. ‘헌재가 대법원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지’를 두고 벌어진 오랜 기싸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헌재에 법원 판결에 대한 판단을 다시 구할 수 있도록 하는 ‘재판소원’ 제도를 추진하고 나선 상황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헌재는 KSS해운이 지난 4월 제기한 행정부작위 위헌확인 소송을 지난 13일 전원재판부로 회부해 심리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이 사건은 대법원이 확정한 KSS해운 패소 판결을 헌재가 취소하고, 대법원이 재심청구를 다시 기각하는 양상이 반복된 것이다.
발단은 21년 전인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KSS해운은 1989년 증권거래소 상장을 전제로 법인세를 감면받았지만 상장기한을 지키지 못해 세금 65억원을 부과받았다. KSS해운은 세금 부과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1·2심 모두 패소했고, 대법원은 2011년 원고 패소를 확정했다. 재판 과정에서 KSS해운은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2009년 헌재에 직접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대법원 판결 확정 직후인 2012년 세금 부과의 근거였던 옛 조세감면규제법 부칙의 실효가 이미 만료됐다며 한정위헌 결정(법률 해석이 위헌이라고 판단하는 결정)을 선고했다.
KSS해운이 헌재 결정을 근거로 재심을 청구하자 대법원은 “한정위헌 결정은 재심사유가 아니다”라며 기각했다. 이에 KSS해운은 재심기각 판결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을 다시 냈다. 헌재는 2022년 기각 결정을 취소해야 한다며 대법원 판단을 또 뒤집었다. KSS해운은 같은 해 8월 재차 대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대법원은 아직까지 선고를 하지 않고 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국세청도 세금 부과를 취소하지 않자 KSS해운은 “국세청의 부작위로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세 번째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대법원이 헌재의 한정위헌이나 재판 취소 결정을 따르지 않는 사례는 반복됐다. 헌재 결정을 인정할 경우 3심제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는 취지에서다. 헌재는 KSS해운 사건을 포함해 대법원이 헌재 결정에 따라 재심 청구가 접수됐는데도 장기간 선고를 하지 않고 있는 사례가 총 5건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추진 의사를 밝힌 재판소원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면 헌재와 대법원의 기싸움은 첨예해질 수 있다. 헌재는 국회에 재판소원제 도입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의견서를 냈다. 대법원은 ‘개헌 없이 법 개정으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조심스러워하는 표정이다.
최혜린·김정화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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