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이상 아파트,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가능
도내 노후 주택 전체 30% 차지
조합 설립 동의율 75%→70% 완화
도정법 개정 정비사업 활력 기대
“법개정되면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은 좋아지는 거죠. 관건은 ‘사업성’입니다.”
내달 4일부터 재건축의 첫 관문으로 통하는 안전진단의 문턱이 낮아진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안전진단 없이도 재건축 사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재건축 패스트트랙’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앞서 이달부터 재건축 동의율 완화 등을 담은 도정법 개정안이 시행된 가운데 전체 주택의 30%가 30년 넘은 노후주택인 경남 지역에도 활력이 될지 주목된다.

최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발표한 5월 건설 브리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경남 지역 30년 이상 된 노후 주택 비중은 30%로 전국 평균(25.8%)을 웃돌고 있다. 도내 주택 10채 중 3채가 30년 이상 된 노후 주택인 셈이다. 경남을 비롯한 전남(41.4%), 전북(34.4%), 부산(30.1%), 대전(31.6%), 강원(30.7%), 경북(35.7%) 지역에서 노후주택 비중이 30%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 평균(25.8%)을 웃도는 지역이 절반을 넘는 실정이다.
전국적으로 노후주택 증가세도 가파르다. 2016년 5.1%이었던 30년 이상 된 노후주택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이후 꾸준히 상승해 2023년 12.3%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고하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노후주택의 정비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통한 체계적 도시재생이 필요하므로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개입과 재정·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재건축 초기 장벽 낮췄지만… 건설업계 “사업성 관건”
경기침체 지속 공사비 급등 발목
규제 완화 효과에 부정적 시각도
“소규모모델 등 대안 지원 병행을”

지난 1일부터 정비사업 동의율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도정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재건축 조합 설립 동의율은 기존 75%에서 70%로 낮아졌다. 토지 면적 기준도 70% 이상 확보하면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을 수 있다. 또 동별(복리시설 포함) 소유자의 2분의 1 이상 동의가 필요했는데 복리시설(상가)에 대해서는 소유자의 3분의 1 이상으로 완화됐다.
이어 내달 4일부터는 안전진단 없이도 재건축 사업에 착수할 수 있는 재건축 패스트트랙 법안이 시행되면서 정비사업이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는 지은 지 30년이 넘은 아파트의 경우 안전진단 없이도 추진위원회 구성과 정비계획 수립, 조합 설립까지 병행 진행할 수 있다. 안전진단 명칭은 재건축진단으로 바뀌며, 진단은 사업시행계획 인가 전까지만 통과하면 된다.
또한 안전진단 평가에서 주거환경의 비중이 기존 30%에서 40%로 확대되고, 평가 항목도 신설된다.
현재 안전진단 항목은 △구조 안전성(30%) △주거환경(30%) △설비 노후도(30%) △비용 분석(10%)으로 구성돼 있었지만, 이번 개정으로 비용 분석 항목은 제외된다. 주거환경 항목에는 △주민공동시설 △지하 주차장 △녹지 환경 △승강기 △환기 설비 △대피 공간 △단지 안전시설 등이 포함된다. 이에 따라 지하 주차장이 없거나 노후 엘리베이터 등 주민 불편 정도가 결과에 반영되면서 재건축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다만 부동산과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규제 완화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정비사업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정책 완화뿐만 아니라 입주민과 시공사 등 이해관계도 맞아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도내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번 법 개정으로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은 나아졌지만, 관건은 사업성이다”며 “건설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시공사는 수익이 보장되지 않으면 사업 참여가 쉽지 않고, 자재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오르면서 조합원들의 분담금 부담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고 부연구위원도 “정부가 정비사업 착수 요건 완화와 절차 간소화 등을 중심으로 규제 완화 정책을 지속 추진하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며 “다만 대규모 정비사업은 조합 설립과 주민 동의 확보 등 초기 단계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는 만큼 대규모 사업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소규모주택정비사업 같은 대안적 정비 모델에도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유진 기자 jinn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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