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극복을 통한 마음 건강 회복 이야기
(시사저널=노진섭 의학전문기자)
50대 중반이던 2012년 5월 어느 날, 그는 예전에 공직 생활을 함께했던 동료와 오랜만에 즐거운 식사와 술자리를 가졌다. 평소 불면증으로 힘들었지만 모처럼 쉽게 잠자리에 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새벽, 갑자기 숨이 막히는 듯한 공포감에 눈을 떴다. 마치 죽음이 코앞에 닥친 듯한 두려움이 온몸을 휘감았다.
사실 그날 술자리에서 옆자리에 앉았던 동료가 갑자기 자리를 옮기자, 가슴 한쪽에 모멸감과 깊은 좌절감이 스며들었다. 아마 그는 그저 다른 이들과 술잔을 나누고 싶었을 뿐일 테지만, 그 순간 다가온 외로움과 상처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서도 마음 한구석에 맴돌던 그 불편한 감정들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결국 새벽의 어둠 속에서 가슴 깊이 쌓였던 고통이 터져 나왔다.
다음 날, 가까운 동네 내과를 찾았다. 여러 검사를 받았지만 특별한 이상 소견은 없었다. 의사는 조심스럽게"일종의 공황장애 증상으로 보인다"며 정신과 진료를 권했다. 그 후 큰 병원을 찾아 정신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았다. 전문의는 심도 있는 상담과 검사를 통해 '우울증'과 '공황장애' 진단을 내렸다. 그제야 내 안에서 일어난 일들이 단순한 불면이나 스트레스가 아니라, 정신 건강의 문제임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정신적인 문제를 단지 의지로 이겨낼 수 있다고 믿었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 일도 부끄럽고, 마치 자신이 약한 사람인 양 수치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런 자신감은 바닥을 쳤고, 머릿속에는 끝없이 부정적인 생각들이 맴돌았다. 점점 더 깊어지는 어둠 속에서, 급기야는 극단적인 생각조차도 수시로 찾아와 마음을 짓눌렀다.

이런 정신적 위기의 이면에는 어린 시절 깊이 자리한 트라우마가 있었다. 겨우 한 살 때, 아버지를 사고로 잃었고, 어머니는 재혼 후 나를 떠났다. 조부모님의 극진한 사랑 속에서 성장했으나 늘 외로움과 고립감 속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그 결핍을 가슴 한켠에 품고 성장했지만, 성인이 되어 마주한 삶은 겉으로 보기엔 화려했다. 신문 기자로서의 경력을 쌓고, 청와대 비서관이라는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자리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22년간의 언론인 생활은 언제나 바쁘고 끝없는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그 후 공직에 몸담으면서도 긴장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였지만, 그 이면에는 피로와 공허함이 서서히 쌓여갔다. 불면과 두통 같은 신체 증상이 먼저 찾아왔고, 이어 무기력감과 자살 충동 같은 전형적인 우울증의 징후들이 서서히 드러났다. 결국 50대 중반, 그는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 '우울증'과 '공황장애'라는 혹독한 현실과 마주하게 됐다.
극단적인 생각에 시달리던 끝에, 그는 마침내 용기를 내어 정신과 치료를 받기로 결심했다. 약물 치료를 시작으로 상담, 규칙적인 운동, 명상, 독서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고된 싸움을 이어간 끝에, 그는 마침내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극복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2019년 정신건강 전문 온라인 매체인 '마음건강 길'을 창간한 함영준 대표다.

그는 매체를 통해 마음 건강 정보를 꾸준히 전하고 있다. 과거의 자신처럼 고통을 겪는 이들을 위해 우울증 극복 과정과 방법을 유튜브, 칼럼, 책 등을 통해 나누고 있다. 또 '마음 디톡스'라는 이름의 오프라인 모임도 운영 중이다. 7년째 이어지는 이 모임은 두 달에 한 번 열리며, 매번 다른 주제와 다양한 분야의 강연자가 참여한다. 의사, 심리학자, 종교인, 문화예술인 등 각계 전문가들이 이론이 아닌 실질적인 회복 방법을 나누는 자리를 만든다. 청중은 직접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소통의 장이기도 하다.
5월21일 오후에도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마음 디톡스' 모임이 열렸다. 주제는 '외로움과 우울, 그 치유법'이었다. 약 100명의 청중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날 함영준 대표는 '작은 우울, 매일 비우는 연습'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하며 '내 마음의 평정을 찾는 7가지 습관'을 소개했다.
또 마가 스님과 윤종모 대한성공회 주교도 강연자로 참여했다. 두 사람 모두 마음의 상처를 겪은 경험이 있다. 가족에게 버림받은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외로움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마가 스님은 출가 후 분노를 감사로 승화시키며 비로소 마음의 상처를 치유했다. 이날 그는 '외로움 너머, 다시 나를 생각하는 힘'을 주제로 강연했다. 윤종모 주교는 조부모 슬하에서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방황 속에 자랐으며, 40세에 사제 서품을 받았다. 그는 '닫힌 마음을 여는 가족 대화법'에 관해 이야기했다. 7월15일 열리는 '마음 디톡스' 모임의 주제는 '불면증과 공황장애'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진중권 "김문수, 중도 확장·보수 결집 실패…이준석에게 최적의 상황” - 시사저널
- 청년 등에 살인적 이자 뜯어낸 대부업자…나체사진 유포까지 - 시사저널
- 젊다고 안심은 금물, 고혈압은 ‘조용한 시한폭탄’ - 시사저널
- “지귀연 접대 의혹” 민주당 주장 확인해보니 룸살롱 아닌 단란주점, 남은 쟁점은 - 시사저널
- 초등생 아들 야구배트로 “훈육”해 사망케한 아빠…‘징역 12년’에 항소 - 시사저널
- 국힘, ‘커피원가 120원’ 발언 이재명 ‘허위사실·명예훼손’ 고발 - 시사저널
- [단독]성우하이텍의 ‘옥상옥’ 지배구조...그 이면에 드리운 편법 승계 의혹 - 시사저널
- [단독] 통일교 고위 간부 “로비 잘 해야” 녹취 입수...수사기관 로비 의혹 재점화 - 시사저널
- “신용카드 분실·도난 때 부정사용 전액 보상 어려워요” - 시사저널
- 교복만 입었을 뿐, 그들은 이미 흉악범이었다 [정락인의 사건 속으로] -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