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서 망실된 항일 혁명가들 행적 복원했죠”

황광우(67) 작가는 20여년 “역사적 미션(과제)”을 지고 살았다. “망실된 일제하 사회주의 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복구”하는 것이었다. 박헌영, 이재유, 김삼룡, 이관술, 이주하…. 지난 21일 광주광역시 동구 한 카페에서 만난 작가는 그간 ‘이름 없는 별들’의 행적 찾기에 나섰지만, “관련 자료가 너무도 박약해 뜻한 만큼 글이 쓰이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이 그의 정신을 바짝 나게 했단다. 지난달 4일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탄핵 결정을 하는 것을 보며 “많이 울었던” 그는 “역사 바로 세우기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책을 만들어야 한다.”
‘역사가 온다’(고금 냄)엔 ‘역사, 그 망각된 진실이 걸어오고 있다’는 부제가 있다. 항일혁명운동에서 민주화운동까지 “역사의 천길 심층에 묻힌 분들을 지표 위로 끌어”내기 위한 노력이 스며있는 책이다. 탄핵 결정이 난 뒤 황 작가는 “책상 서랍에 처박아둔 글” 40편을 찾아냈다. 일제강점기 때 사회주의 운동을 했던 독립운동가들의 행적을 추적한 글이다. 그리고 오마이뉴스에 ‘역사산책’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글 사이사이에 넣었다. 황 작가는 “독립운동가들의 뜻은 민주화운동가들에게 고스란히 계승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잊힌 역사의 진실을 다시 꺼내는 것은 어쩌면 언짢은 일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역사 앞에 정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의 역사교과서는 1925년 창건된 ‘조선공산당’을 침묵한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은 박헌영을 침묵한다. 권오설을 땅속 철관 안에 가두고자 한다. 항일혁명의 기관차 이재유를 역사는 말하지 않는다. 도대체 항일투쟁의 마지막 그날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동지를 규합해 나갔던 이관술과 이순금의 이름을 아는 이가 몇이나 될까?” 황 작가는 “잊힌 우리의 서사”를 폭로한다.
박헌영, 이재유, 이관술, 김삼룡 등
사회주의 독립운동가들 삶 추적
“윤석열 헌재 탄핵 결정 보면서
역사 바로세우기 필요성 절감
항일혁명, 땅속에 가둬선 안 돼”
오월화보집 ‘오월이 온다’도 펴내
23일 국회 ‘역사 바로세우기’ 토론회
그는 광주학생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을 부른다. “일경에 붙들려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시신이 되어서야 옥문을 나올 수 있었던 김재명과 장석천을 아는 이 누가 있는가”하고 묻는다. 광주학생독립운동 주역으로 7년의 옥고를 치른 장재성을 “장고봉에서 총살하고, 그것도 모자라 시신에 기름을 부어 불태운 나라를 과연 우리나라라고 부를 수 있단 말인가?”하고 묻는다. 보훈부는 독립운동가 김범수와 이기홍을 독립운동 서훈을 하지 않고 있다. 황 작가는 “이름 없는 별들의 역사를 기록하지 않는 역사는 무조건 ‘가짜 역사’다”라고 단언했다.
책엔 눈물 나는 사연이 많다. ‘눈물 젖은 두만강’이라는 노래 중 ‘두만강 푸른 물에 떠나보낸 ‘내 님’은 박헌영이었다고 한다. “1928년 김용환은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두만강변에 와 있었는데, 이때 박헌영의 탈출을 도와주고 그 감회를 노랫말로 만들어 동생 김정구에게 부르도록 했다.” 황 작가는 2004년 박헌영의 아들 원경 스님한테 들은 이야기도 실었다. 임시정부가 암살하고 매장해 버린 김립의 진실, ‘상록수’ 심훈이 그린 박헌영과 주세죽, 홍범도가 겪었던 가시밭길, 이육사와 정율성의 공통점 등을 다룬 글은 “역사의 바위틈에서 퇴색됐던 이끼”들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독립운동을 하고도 사회주의 활동 경력 때문에 독립유공자가 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독립유공자법 39조엔 국가보안법 위반 행위로 금고 이상 실형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된 경우 독립유공자 적용 대상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다. 황 작가는 “일제강점기 때 투옥자가 5만6천명인데, 독립운동 서훈은 1만7천명만 받았다. 그것도 75년이 걸렸다”며 “독립운동 서훈을 대한민국 건국훈장이라고 하지 말고 독립훈장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책엔 김남주와 윤한봉, 나병식과 김병곤, 김민기와 홍세화 등 1970∼80년대 민주화운동가들의 이야기도 실려 있다. 그는 “오랫동안 가슴에 품고만 살았던 묵은 빚을 털고 싶다”고 했다.

‘오월이 온다’(고금 냄)는 화보집이다. 황 작가가 기획하고, 나경택·이창성 기자가 1980년 오월 현장에서 찍은 사진들과 10일간의 ‘서사’를 풀어 쓴 책이다. 황석영 작가와 나눈 대담 특집도 실었다. 황 작가는 “오월은 진행 중이다. 윤석열의 계엄령 포고는 이를 명확하게 입증했다”며 “지난 겨울, 찬 바람을 맞으며 역사를 지켜준 ‘응원봉’들께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황 작가는 23일 오후 3시 국회제2세미나실에서 항일혁명기념단체연합 주최로 열리는 토론회에서 ‘역사 바로 세우기 오월 바로 세우기’에 관해 이야기한다. 토론회에 황석영 작가와 황지우 시인, 안병욱 전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이용선 국회의원 등이 참석한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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