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영암선생길’ 명예도로 제정…지역 헌신, 길 위에 새기다
지역 상권 회복과 정체성 상징…주민들 “기억과 희망의 길 되길”

"과거 상대동 일대는 온통 갈대밭이었지요."
이 한마디에, 한 세대의 기억과 포항 남부지역의 역사가 오롯이 담겨 있다.

포항시가 지난 10일, 남부시장 건너편과 영암도서관 인근 상공로 56번길 200여 m 구간에 '영암선생길' 명예도로명을 제정하고 도로표지판을 설치했다.
이 도로에는 단순한 이름표 이상의 의미가 깃들어 있다. 지역 주민들과 상인들은 "영암선생길이 침체된 지역 상권 회복과 도시의 정체성 회복에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명예도로명은 2024년 10월 한 시민의 제안에서 출발했다. 포항시는 협의와 주민 의견 수렴, 주소정보위원회 심의까지 절차를 거쳐 올해 4월 최종 공고하며 고인의 이름을 거리 위에 남겼다.
황대봉 선생은 대아그룹 명예회장과 국회의원을 역임하며, 포항 남부지역에 기증과 투자로 공공 인프라를 조성해 온 인물이다. 그가 설립을 이끈 영암도서관, 이름을 딴 영암경로당, 종합운동장, 병원, 남부시장 등은 지금도 지역 주민의 삶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한 세대가 지나도 그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다.




18년 경력의 양제윤(51) 사서는 "어르신들은 모바일 기기보다 화면이 큰 PC를 선호하시고, 디지털 정보열람실에서 건강과 치매, 간병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한다"며 "영암도서관은 지식의 공간이자 정서적 안식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명예도로명 설치가 도서관의 가치를 다시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황대봉 회장님의 이름을 딴 이 길을 따라 도서관을 찾는 이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상대동의 또 다른 주민은 "젊은 사람들은 신도심으로 가고, 이곳은 주택이 많아 어르신들이 주로 살고 있다"며 "도서관 이용과 지역 활성화를 위해 주차 공간 확보 등 추가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5년 4월 기준, 상대동 인구는 2만 2,676명.
그중 수많은 이들이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목, 바로 그 '영암선생길'은 이제 기억의 장소이자, 새로운 희망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한 사람의 헌신은 도시의 얼굴을 바꾸고, 한 세대의 배움은 길 위에서 시작된다.
그 길을 걷는 이들에게, '영암'이라는 이름은 앞으로도 잊히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