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M&A 이어 바이오 재편… 이재용 `4대 신사업` 속도전
에피스홀딩스로 신규 투자 전담
대선 앞두고 나온 분할소식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올 들어 2건의 조 단위 대형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킨 데 이어 이번엔 바이오 사업을 키우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 회장은 2018년 인공지능(AI), 5G, 바이오, 전장을 '4대 미래 성장' 사업으로 제시한 바 있으며,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은 올 들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는 10월1일부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부문을 유지하는 기존 법인과, 바이오시밀러(복제약)를 중심으로 한 자회사 관리·신규투자를 전담할 분할신설회사로 분리한다고 22일 밝혔다.
신설 법인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포함한 자회사 관리와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육성, 신규 바이오 투자를 전담하게 된다. 신설법인은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를 거쳐 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될 예정이며, 존속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상장지위를 유지한다.
분할 비율은 삼성에피스홀딩스 34.96%, 삼성바이오로직스 65.04%로 결정됐다. 지난달 말 재무상태표 기준으로 분할신설회사의 순자산 가치는 약 3조3600억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회사로 남게 되며, '글로벌 톱티어 CDMO'를 목표로 한 성장 전략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세계 1위 바이오시밀러 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20종 이상의 바이오시밀러 제품군을 확보한다는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급격한 글로벌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민첩하게 대응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양사가 각 사업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이번 분할을 결정했다"며 "양사 모두가 성장을 가속화해 글로벌 톱티어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신설되는 삼성에피스홀딩스(가칭)를 수평적으로 모두 지배하게 된다. 삼성물산은 양사 지분을 각각 43.06%, 삼성전자는 31.22% 보유하게 된다.
주주가치 측면에서는 수익 창출 방식이 다른 두 사업에 동시에 투자해야하는 투자자들의 고민도 해소할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삼성에피스홀딩스 창립 예정일은 10월1일이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100% 자회사로 편입해 분할을 완료한다. 10월29일엔 삼성바이오로직스 변경 상장과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재상장이 예고돼 있다.
이 회장은 2018년 4대 미래 성장 사업을 선포하고 AI, 5G, 바이오, 전장 등 4개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 방향을 제시했다. 하지만 사법리스크 족쇄에 묶이면서 이렇다 할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그러나 올 2월 경영권 부당 승계 의혹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이 일환으로 삼성전자는 이달 들어서만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를 3억5000만달러(약 5000억원)에 인수 결정과 독일 냉난방공조(HVAC) 업체 플랙트그룹 지분 100%를 15억유로(약 2조4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8년 만에 '빅딜'을 성사시켰다.
여기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분할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사즉생' 경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재계에서는 대선을 2주가량 앞둔 상황에서 나온 인적분할 소식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회장이 무죄를 선고 받은 '경영권 부당 승계' 의혹에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여부 등이 쟁점으로 꼽혔던 점에서 이번 결단이 바이오 사업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시각이다.
이 회장은 바이오 사업에 대한 의지를 수차례 내비친 바 있다. 작년 2월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사업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현재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더 과감하게 도전하자.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미래로 나아가자"고 당부했으며, 2023년 5월엔 미국 글로벌 제약사와 연쇄 회동을 갖고 "과감하고 끈기 있는 도전이 승패를 가른다. 반도체 성공 DNA를 바이오 신화로 이어가자"고 밝혔다.
2015년 3월 보아오포럼 때는 "삼성은 IT, 의학, 바이오의 융합을 통한 혁신에 큰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런 혁신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더 적은 비용으로 이용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해 이른 시점부터 바이오 사업에 대한 진정성을 보인 바 있다.
장우진·강민성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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