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당권 거래’까지 나온 보수 후보 단일화, 정치 희화화 말라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를 향한 국민의힘의 ‘후보 단일화’ 추진이 도를 넘고 있다. 투표용지 인쇄 전날인 24일을 1차 시한으로 삼고 김문수 후보와 지도부가 ‘단일화 총력전’에 나선 후에 이 후보 측에 ‘당권 거래’를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사실이라면, 당원 주권과 정당 민주주의 근간을 파괴하는 것임은 물론 심각한 선거범죄에 해당된다. 단일화 명분으로 후보 교체 난동까지 벌이며 당 밖 한덕수 후보를 세우려다 당원투표에서 거부된 게 불과 10여일 전이다. 국민의힘은 ‘당권 거래’ 의혹 진상을 철저히 국민과 당원 앞에 밝혀야 한다.
이동훈 개혁신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인사들이 단일화를 하자며 전화를 많이 걸어온다. 대부분 친윤계 인사”라며 “‘당권을 줄 테니 단일화하자’는 식의 말을 한다”고 했다. 그 말대로면, 후보 매수를 시도한 것이다. 탄핵·부정선거 입장이 다른 후보들이 ‘묻지마 단일화’에 목매더니 대선 중에 당권까지 흥정한 것인가. 아니면 궁지에 몰려 생존 욕망만 남은 친윤계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기라도 하는 것인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22일 “친윤들이 자기들 살자고 당을 통째로 팔아넘기겠다는 것을 당원들이, 지지자들이 그냥 두고 보실 것 같냐”고 힐난했다. 친한계는 “기생충” 극언까지 했다. 친윤계는 대선 와중에 친한계가 분열을 획책하며 당권을 노리는 것이냐고 역공했다. 대선은 안중에도 없이 전당대회 기싸움에만 정신이 팔린 국민의힘 현실이 민망하다.
단일화 파문이 계속 커지자 이 후보는 이날 긴급회견을 열고 “이번 대선 끝까지 이준석, 개혁신당의 이름으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대선 완주’를 공식 선언했다. 그런데도 김 후보는 이날도 이 후보를 겨냥한 듯 “국무총리를 40대가 한다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정도면 ‘단일화 스토킹’이라 해도 과하지 않을 판이다.
김문수·이준석 단일화는 효과도 명분도 없다. 윤석열의 비상계엄·탄핵과 부정선거론을 정반대로 보는 두 후보의 단일화는 정치공학적 야합일 뿐이다. 여론조사에서도 두 사람의 단일화 효과는 이미 ‘1+1’이 ‘2’도 되지 않는 분열상이 보인다. 윤석열의 당무 개입·국정까지 비판해온 이 후보로서는 김 후보 손을 잡는 것부터 ‘자기부정’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힘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철저한 내란 성찰과 청산, 쇄신이다. 야합성 단일화가 아니라 보수정당 가치·비전을 새롭게 제시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더 이상 대선과 정치를 막장극 수준으로 희화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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