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5·18 묘지, 5월 단체 전유물 아니다"... 노태우 유가족 참배 비판에 우려

오승현 기자 2025. 5. 2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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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부인 김옥숙 여사 참배에
기념재단·5월 3단체 비난 성명
진정성 없는 ‘도둑 참배’로 규정
"5·18 재판관 노릇하냐" 비판
세계화 대신 ‘닫힌 추모’ 우려도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19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방문해 참배하고 있다. 장남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과 함께 민주묘지를 찾은 김 여사는 구묘역 이한열 열사 묘를 찾아 헌화했다. /국립5·18민주묘지 제공

올해 5·18민주화운동이 45주년을 맞았으나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는 여전히 5월 단체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고 있다.

1980년 5월 당시 발포 명령자 규명 등 풀어야 할 숙제는 산적해 있으나 5월 단체가 참배를 막거나 참배 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5·18 정신의 전국화와 세계화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미 5·18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데다 광주 출신 한강 작가가 지난해 5·18을 다룬 '소년이 온다' 등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민주묘지와 5·18정신이 전 세계의 민주화 유산으로 성큼 다가선 만큼 누구라도 민주묘지를 참배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포용의 5·18'로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는 지난 20일 공동성명을 내고 전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옥숙(90) 여사의 민주묘지 참배에 대해 "위선적 행태와 거짓 사과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노태우 회고록 폐기 ▲비자금 반납 ▲국가보훈묘지 지정 취소 ▲추모사업 전면 중단 ▲진정성 있는 사과 등을 요구했다. 김 여사의 묘지 방문을 '도둑 참배'로 규정했다.

전날 김 여사는 민주묘지를 찾아 오월 영령에게 사죄했다. 김 여사는 5·18묘지관리사무소에 미리 일정을 알리지 않고, 아들 노재헌(60)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과 일부 수행원만 동행했다. 노 원장이 대필한 방명록에는 '광주 5·18 영령들께 진심으로 죄송하고 또 감사합니다. 과거 한을 풀어드리기 위해 나름 노력했으나 부족한 점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영원히 대한민국의 앞날을 굽어살펴 주시길 빕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1988년 2월 25일 노 전 대통령 취임식 직후 광주를 찾아 이한열 열사의 묘소를 참배했던 김 여사. "살아 생전에 마지막이 될지 몰라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어머님을 모시고 왔다"는 게 노 원장의 설명이다. 노 원장은 아버지의 유지에 따라 여러 차례 5·18묘지를 참배하는 등 진정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모자의 참배가 '도둑 참배'로 평가절하된 셈이다.

이번 5월 단체 등의 성명과 관련, 시민 김윤희(40)씨는 "누가 참배했는지를 따지기보다는 무엇을 실천했는지를 봐야 한다"며 "이렇게 배척만 하는 '용서 없는 정의'가 5·18을 광주 밖으로 확장시킬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광주의 한 청년단체 관계자도 "이대로 가다가는 5·18에 대한 국민적 공감과 세대 간 기억의 공유, 전국화·세계화는커녕 '닫힌 추모'로 끝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영태 전남대 명예교수도 "5월 단체나 광주의 일부 시민사회단체들이 더 이상 '5·18 재판관' 노릇을 해서는 안 된다"며 "민주묘지 참배는 대상이나 진정성 여부 등을 떠나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역사학자는 "과거사 청산은 피해자의 용서와 가해자의 반성이 함께할 때 진정한 치유가 가능하다"며 "용서를 말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조차 허락되지 않는다면 과거는 다시 닫히고 만다"고 경고했다.
/오승현 기자 romi0328@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