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一葉障目 <일엽장목>

강현철 2025. 5. 2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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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일, 잎 엽, 막을 장, 눈 목. '잎사귀 하나로 눈을 가리다'라는 뜻이다. 장(障) 대신 가릴 폐(蔽)자를 써 일엽폐목(一葉蔽目)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부분만 보고 본질을 놓친다는 의미로, 자질구레하고 지엽적인 일에 눈이 어두워 문제의 본질이나 전모를 보지 못하는 것을 비유하는 성어다. 자신의 허물을 덮기 위해 어리석게 애쓰는 경우를 가리키기도 한다. '가랑잎으로 눈을 가린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한다'는 우리 속담과 유사하다. '일엽장목 불견태산, 양두색이 불문뇌정(一葉障目 不見泰山, 兩豆塞耳 不聞雷霆)으로 이어진다. 가랑잎이 눈을 가리면 태산을 보지 못하고, 콩 두알이 귀를 막으면 천둥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얘기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의 어록을 모아놓은 '갈관자'(갈冠子) 천칙(天則)편에 나오는 말이다.

'회남자'(淮南子)에도 비슷한 의미의 '축록자목 불견태산'(逐鹿者目 不見太山)이라는 구절이 있다. 사슴을 쫓는 사람은 태산도 보지 못한다는 뜻이다. 줄여서 '축록자 불견산'(逐鹿者 不見山)이라고도 한다. '돈을 움키는 사람은 사람을 보지 못한다'는 뜻의 '확금자 불견인'(攫金者 不見人)이라는 구절로 이어진다. 권력과 이권, 명예에 미혹된 사람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사람으로서의 도리나 양심도 저버린다. 한 가지 일에 마음을 빼앗겨 다른 일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가장 꼴사나운 건 인생 말년에 일신(一身)의 이익이나 명예를 위해 그동안 자신이 걸어왔던 삶의 철학과 태도를 버리고 표변하는 경우다. 이는 본인의 삶을 통째로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옛부터 '유종(有終)의 미(美)'가 어려운 일이라 했다.

국민들은 먹고 살기가 어려우니 민생부터 둘러보라고 아우성을 치는데도 위정자들은 대권 잡기에만 혈안이다. 자신의 큰 허물은 반성하지도 않고, 오히려 무슨 잘못을 했느냐며 큰소리를 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헛소리'에 눈과 귀가 가린 국민들도 적지 않다. 세상이 혼탁한 책임은 남이 아닌 내게 있다. 정치인이든 국민이든 자기 성찰이 필요한 시절이다.

강현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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