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 보전 포기한 제주도…민간기업 먹는샘물 취수량 증산 허용
해당 안건에 대한 판단, 도의회 공으로 넘어가…논란 일 듯
제주특별자치도가 민간 기업인 한진그룹 계열사 한국공항㈜의 지하수 취수량 증산 신청을 받아들였다.

제주도 지하수관리분과위원회는 22일 제주문학관에서 올해 4차 회의를 열고 한국공항의 지하수 취수량 증산 신청 건에 대해 조건부 가결 결정을 내렸다.
한국공항은 지난달 30일 하루 100톤(월 3000톤) 규모의 지하수 취수 허가량을 150톤(월 4500톤)으로 늘려 달라는 내용의 신청서를 제주도에 제출했다.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대한항공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기내 음용수 수요가 증가할 것에 대비한 조치다.
지하수관리분과위원회는 한국공항이 신청한 월 4500톤 규모에서 100톤을 줄인 4400톤으로 가결했다.
현재 제주 지하수를 먹는샘물 용도로 취수하는 곳은 제주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도개발공사와 한국공항뿐이다.
제주도는 2000년 제주특별법을 개정해 제주 지하수를 도민의 공유자산으로 설정함으로써 사유화되는 것을 지양하고, 공공 관리를 강화하는 '공수(公水)화 원칙'을 수립했다.
먹는샘물 제조·판매는 제주개발공사에만 허용됐지만, 한국공항은 제주특별법 개정 이전인 1984년 이미 개발 허가를 받아 '한진 제주퓨어워터'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애초 한국공항은 1984년 하루 200톤 용량으로 지하수 개발·이용 허가를 받았지만, 제주도는 1996년 실제 사용량을 고려해 이를 100톤으로 감축했다.
한국공항은 이후 2011년부터 5차례 걸쳐 지하수 증산을 신청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그동안 한국공항은 항공여객 수요 증가를 이유로 취수량을 최초의 허가 수준으로 되돌려 달라고 요청해왔지만, 지하수의 공공적 관리 원칙을 내세운 도의회 관문을 번번이 넘지 못했다.
급기야 2018년에는 증산 신청을 반려한 제주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법원은 "제주도가 제시한 반려 처분 사유는 위법하다"고 최종 판결했다.
이번 심사는 한국공항이 승소한 이후 처음으로 제주도에 증산 신청을 하면서 이뤄진 것이다.
결국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지하수 관리와 보전을 강조해온 제주도가 스스로 원칙을 무너뜨렸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날 조건부 가결로 해당 안건에 대한 판단은 제주도의회로 넘어가게 됐다.
한국공항의 지하수 취수 허가 기간이 오는 11월까지인 가운데, 도의회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