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됐단 이유로 고문받고 옥살이”… 협동호 납북 어부, 반세기 만에 누명 벗었다

1970년대 북한에 납북됐다 귀환한 뒤 반공법·수산업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납북 귀환 어부들이 수십 년 만에 재심에서 잇따라 무죄를 선고받고 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들의 피해에 대해 “국가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라며 재심 및 보상 등 실질적인 조치를 권고한 바 있다.
22일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1972년 동해안에서 조업 중 납북됐다가 귀환한 협동호 선원 장 모 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장씨는 반공법상 탈출 및 수산업법상 어업제한조건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 결과, 수사기관은 귀환한 어민들을 불법 구금하고 간첩 혐의 자백을 강요했으며, 이후에도 감시와 연좌제 등으로 삶을 통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은 이날 장 씨와 함께 법정을 찾아 선고를 지켜봤으며, 무죄 판결 직후 장 씨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며 “반드시 명예가 회복되어야 할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어 열린 동해 납북 귀환 어부 피해자 모임 간담회에서 피해자들은 특별법 제정, 직권 재심 확대, 지방정부 피해자지원센터 설립 등을 촉구했다.
진실화해위는 1960~70년대 납북 귀환 어부 사건 250건을 접수받아, 이 중 247건에 대해 인권 침해를 인정했다. 당시 귀환 어민들은 납북 사실만으로도 간첩 혐의에 몰려 실형을 선고받거나 생계를 박탈당했다. 위원회는 “이들에 대한 국가의 공식 사과와 보상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을 통한 회복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전북 군산에서도 유사한 판결이 나왔다. 전주지법 군산지원은 연평도 해역에서 납북됐다 귀환한 뒤 반공법 위반으로 실형을 살았던 어부 신명구(73)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경찰은 신씨를 영장 없이 20일간 불법 구금하고, “북한 쌀밥이 맛있다” “도로가 잘 포장돼 있다”는 식의 발언을 고문과 가혹 행위로 유도한 뒤 반공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피의자신문조서가 고문과 회유를 통해 작성된 위법한 증거로 판단된다”며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신씨는 유죄 확정 이후 48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신씨는 재판 직후 자신과 함께 기소된 동료들의 재심을 위한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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