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생명수”라면서 공수관리 포기?…한진 지하수 증산 ‘조건부 가결’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입구서 “증산 불허”시위

제주 지하수를 뽑아내 항공기에 공급하고 온라인으로 유통 중인 한국공항(주)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을 계기로 지하수 증산을 시도 중인 가운데 첫 관문을 조건부 통과했다.
제주특별자치도 통합물관리위원회 지하수관리분과위원회는 22일 오후 2시 제주문학관 3층 세미나실에서 '한국공항 먹는샘물 증량 신청' 심사 결과 증산에 조건부 동의했다.
'조건부 가결' 조건은 신청량인 월 4500㎥를 월 4400㎥로 줄이고 지하수영향조사서를 보완하라는 내용이다. 1일 150t에서 146t으로 줄이는 것으로 사실상 원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관련해 제주도 관계자는 심의 직후 위원들에게 브리핑 전까지 언론에서 전화가 와도 결과를 말하지 말라고 입단속에 나선 뒤 재빠르게 현장을 떠났다. 정리된 내용만 밝히겠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가 열린 제주문학관에는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한국공항이 시도 중인 지하수 증산을 불허하고 개발허가를 철회하라며 피켓-현수막 시위를 펼쳤다.

한국공항 제안설명에 따르면 지하수 증산 목적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으로 늘어난 수요량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취수량은 하루 100t에서 150t으로 증량할 계획이다.
한국공항은 지난 1984년부터 생수 공장을 설립하고 40년 넘게 제주에서 먹는샘물을 생산하고 있다. 출하량 대부분은 기내용으로 공급되며 일부는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다.
1990년에는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현 공장으로 이전했으며, 1991년에는 1일 200t 규모 지하수 취수허가를 받았다. 이후 1996년에는 실제 생산량을 고려, 취수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이후 한국공항은 항공기 여객 수요 증가 등을 이유로 취수량을 계속해서 늘려달라고 요청했으며, 이 과정에서 제주도와 법정 다툼을 벌이고 제주사회 거센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2005년에는 먹는샘물 국내시장 판매를 제한한 제주도를 상대로 행정심판과 소송을 제기, 대법원까지 가는 다툼 끝에 승소하고 국내 판매를 시작했으며, 이후 꾸준히 증산을 요청해왔다.
한국공항이 지하수 취수량을 늘려달라고 신청한 횟수는 2011년, 2012년, 2013년, 2016년, 2017년 등 다섯 차례다. 하지만, 제주도의회 본회의 문턱을 넘기지 못했다.
그럼에도 한국공항은 증산을 요청했고 제주도가 신청을 반려하자 소송을 통해 신청할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이번 지하수 증산시도는 한국공항 입장에서는 여섯번째 도전이다.
한국공항의 먹는샘물 생산은 애초부터 시민사회 반발이 거셌다. 과거 국내 판매를 위해 소송을 제기한 것 관련해 "천박한 장삿속의 결정판"이라는 거센 비판이 뒤따랐다.

그러나 올해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증산 신청이 제주도와 한국공항 측의 사전교감 속에 추진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실제 신청이 접수되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공교롭게도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신청 이전인 올해 2월, 대한항공 및 한국공항 대표이사와 만나 항공편 확충 및 신규노선 개설을 논의했다. 먹는샘물 생산처와 소비처 대표를 만난 것.
제주 기점 국내외 항공편 확대 및 신규노선 개설 등을 위한 협의 자리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실제로 지하수 증산 요청이 접수됐고, 1차 관문을 통과하면서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도내 시민단체로 구성된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자신들의 사익만을 좇아 제주 지하수의 공수 체계를 위협하는 부도덕한 지하수 사유화 확대 시도"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날 제주도 통합물관리위원회 지하수관리분과 회의를 무난하게 넘긴 한국공항 지하수 증산 계획은 이제 제주도의회 손에 달렸다. 조만간 제주도의회는 지하수개발·이용 변경허가 동의안을 처리하게 된다.
한편, 제주도 지하수 관리 조례에 따른 한국공항의 먹는샘물 지하수 개발 및 이용 허가 기간은 올해 11월까지다. 한국공항은 만료 90일 전 연장허가를 신청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