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생의 근황은 신문 부스럭지에…” 1968년 백남준 친필편지 공개

‘소생의 근황에 대해서는 동봉한 신문 부스럭지에 자세하니 필요하시면 초택(가려서 뽑아냄)하시사. 총총. 실례 백남준.’
미디어아트 거장 백남준(1932~2006)이 57년 전 기고문을 한국에 보내면서 쓴 친필 편지는 언뜻 암호 같다. 세로쓰기에 글자도 초서에 가까운 흘림체여서 읽기가 쉽지 않다. 소생, 초택, 청고 등 구한말이나 20세기 초 고문투 어휘와 ‘부스럭지’ 같은 정감 넘치는 표현도 있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이 26일 시작하는 새 기획전 ‘이만, 총총: 미술인의 편지’에서 백남준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전인 1968년 자필로 쓴 편지를 공개해 눈길을 끈다. 월간 ‘공간’ 1968년 8월호에 ‘뉴욕단상’이란 원고와 함께 당시 오광수 편집장에게 보냈던 것이다. ‘청고’(기고 요청)에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자신의 근황은 동봉한 외국 신문 부스럭지에 자세히 나와있으니 필요하면 뽑아서 쓰라고 적었다. 편지 글을 종결할 때 썼던 상투적인 말인 ‘총총’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여기까지 세로쓰기인데 말미에 급하게 가로쓰기로, 동봉한 자신의 사진을 찍은 피터 무어 사진사 이름을 꼭 영문으로 쓰고 그에게 게재한 잡지를 보내달라는 부탁 글을 난필로 덧붙여놓은 것도 눈에 띈다. 편지를 수집한 아카이브 전문가 김달진씨는 “백남준이 청년 작가 시절 한국 문화예술계와 교류한 몇 안 되는 소중한 실물 기록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획전 ‘이만, 총총…’은 이 박물관이 기증받고 수집한 한국 근현대미술인들이 주고받은 친필 자료 688점 가운데 구보다 시게코, 김기창, 김환기, 박서보, 백남순, 백남준, 오광수, 오지호, 이우환, 장우성 등 101명의 수신인과 발신인이 남긴 1927~2024년 편지와 봉투, 엽서 136점을 추려 관련 작품, 자료들과 같이 선보이는 자리다. 8월8일까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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