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우승 트로피에 울고 웃은 손흥민...토트넘의 낭만이자 레전드로
2018~19시즌 UCL 결승 뛴 선수 중 혼자 남아
현지 인터뷰선 "오늘만큼은 레전드"라 웃어도,
아버지 품에 안겨서 펑펑 울기도

자그마치 1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의 '캡틴' 손흥민(33)이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2024~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깊디깊었던 '무관'의 한을 풀었다.
토트넘은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경기장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UEL 결승전에서 전반 막판 브레넌 존슨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내며 1-0으로 이겨 우승을 거머줬다. UEL은 UEFA 챔피언스리그(UCL)보다 한 단계 낮은 유럽클럽대항전이지만, 세계 축구계를 이끄는 유럽 5대리그 팀들의 각축전으로 전 세계 팬들의 시선이 집중된 대회다.
손흥민은 후반 22분 교체 투입돼 경기 종료까지 30여 분간 그라운드를 누비며 승리에 기여했다. 전날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함께 공식 기자회견에 나서 선발 출전이 예상됐으나, 부상 등의 여파로 벤치에서 시작했다. 한 골 지키기 작전에 돌입한 팀을 위해 손흥민은 수비에 치중하며 '파이브백'에 가담했고, 역습 상황에선 특유의 빠른 발로 상대 진영을 돌파하며 공격수로 돌변했다.
손흥민은 후반 추가시간 7분이 지나 심판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포효했다. 로드리고 벤탕쿠르가 달려와 기쁨의 눈물로 범벅된 캡틴의 얼굴을 움켜잡고 우승을 기뻐했다.
시상대에서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이 가장 먼저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우승 세리머니를 펼쳤다. 허리에는 태극기를 두른 채 활짝 웃었다. 앞서 차범근(프랑크푸르트·레버쿠젠), 박지성(맨유) 등이 유럽클럽대항전에서 우승한 적은 있지만, 한국 선수가 주장으로 이런 무대에서 우승한 건 손흥민이 처음이다. 2018~19시즌 UCL에서 리버풀에 져 준우승에 그쳤던 때를 떠올리면 격세지감인 일이다. 당시 메달을 받는 선수들을 보여주던 중계 카메라가 손흥민 차례가 되자 다른 곳을 비춰 '아시아선수에 대한 인종차별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새삼 놀라운 건 당시 UCL 결승에 뛰었던 선수 중 유일하게 손흥민만 토트넘에 남아 있다.
손흥민은 그 누구보다 우승 트로피가 간절했다. 2010년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프로 데뷔해 레버쿠젠을 거친 뒤 2015년 토트넘으로 입성했지만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토트넘에서2016~17시즌 EPL, 2014~15시즌과 2020~21시즌 리그컵, 2018~19시즌 UCL 등 준우승만 4차례 경험했다. 2020~21시즌 국제축구연맹(FIFA) 푸슈카시상, 2021~22시즌 EPL 득점왕 등 개인상 복이 많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토트넘도 그간 우승하곤 거리가 멀었다. 2007~08시즌 리그컵 우승 이후 17년 만에 우승했고, 유럽클럽대항전에선 1983~84시즌 UEFA컵(UEL 전신) 이후 무려 41년 만의 쾌거다. 하지만 이번 우승으로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올 시즌 EPL 잔류 마지노선인 17위에 머물며 최악의 시즌을 보냈으나, 리그 순위로는 어림도 없는 'UCL 출전권'을 따낸 것은 물론 금전적인 혜택도 챙기며 확실하게 명예회복했다. 우승 상금만 590만 파운드(약 110억 원)이며, 조별리그와 토너먼트 성과를 합치면 2,650만 파운드(약 490억 원)의 수익을 거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흥민은 토트넘 입성 10년 만에 얻은 트로피로 울고 웃기를 반복했다. 경기 직후 TNT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제 레전드 아닌가?"란 질문에 "그렇다. 오늘만큼은 레전드라고 하겠다"며 "지난 17년 동안 아무도 못 해낸 것을 해냈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꿈이 이루어졌다"고 활짝 웃었다. 최근 '임신 협박' 사생활 논란으로 사회적으로 주목받았던 그는 아버지 손웅정씨에게 안겨 펑펑 울었다. 국내 중계 방송사와 인터뷰에선 한국 관련 질문에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 "한국인으로 태어나서 자랑스럽고, 완벽한 퍼즐을 맞추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역할을 해 주신 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울먹였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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