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바보야, 문제는 2교대야”… SPC는 왜 사람에겐 투자하지 않았나

유혜연 2025. 5. 2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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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시흥시 소재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을 하던 중 50대 여성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이날 시흥시 SPC삼리 시화공장 모습. 2025.5.19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SPC삼립 시화공장이 고강도 노동이 불가피한 12시간 ‘3조 2교대’ 체제(5월22일자 7면 보도)인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SPC 본사가 1천억원 규모의 안전 투자 계획을 추진하면서도 교대제 개편이나 인력 확충 등 실질적인 노동환경 개선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반복되는 산재 사고에도 노동 강도를 낮추는 방향보다 설비 중심의 ‘물적 투자’에만 집중했다는 지적이다.

22일 SPC 홈페이지에 게시된 ‘SPC 안전관리 강화 관련 투자 현황’을 보면 총 예산 835억원 중 고강도·위험작업 자동화에 228억원, 안전설비 확충에 225억원, 작업환경 개선에 189억원, 장비 안전성 강화에 148억원 등이 쓰였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SPC의 안전 투자가 설비 교체나 자동화 같은 ‘물적 투자’에 집중돼 있고, 정작 교대제 개선이나 인력 확충 등 현장 노동 여건을 바꾸는 방향의 노력은 부족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뚜렷하다고 평가한다.

SPC 홈페이지에 게시된 ‘SPC 안전경영레터’ 속 안전경영 관련 투자 현황.


현재 SPC 계열사의 공장에서 유지되고 있는 2교대제는 하루 12시간씩 주야를 번갈아 근무하는 방식이다. 수면 부족과 피로 누적이 반복되는 구조인데, 특히 야간노동과 장시간 노동이 겹치면 회복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져 작업 집중력이 떨어지고 산업재해 위험도 그만큼 높아진다.

그러나 현행 근로기준법 등은 이를 막을 수 없다.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근로는 원칙적으로 제한되지만,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와 노동자의 동의가 있으면 ‘특별연장근로’를 통해 주 60시간 이상 근무도 가능하다.

실제 2022년 SPL 평택 공장 사망 사고 당시에도 2조 2교대 체제에서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받은 상태였다. 일정 요건만 갖추면 2교대를 토대로 고강도 노동이 법 테두리 안에서 계속될 수 있는 셈이다.

결국 고강도 교대제를 개선하려면 인력 확충과 근무 체계 개선 등 실질적인 ‘인적 투자’를 중심으로 한 제도 보완 논의가 필요하다. 교대제 하한선 설정, 반복 야간노동 제한, 누적 피로 기준 도입 등이 대표적인 과제로 꼽힌다.

손익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기업들은 자동화나 설비 교체 같은 물적 투자에는 비교적 적극적이지만, 교대제 개편이나 인력 확충처럼 인건비가 고정적으로 드는 개선책에는 매우 소극적”이라며 “기계는 한 번 사면 끝나지만, 사람을 늘리는 건 지속적인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고 짚었다.

이어 “단순히 법을 신설하거나 없애는 방식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기업이 인적 여건 개선에 나설 수밖에 없는 유인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며 “반복 근무 제한이나 총노동시간 실질 제한처럼 현실적이고 세밀한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SPC 본사 측에 전화로 수차례 문의했으나 연락을 받지 않는 등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시흥경찰서는 해당 공장 공장장 등 관계자 7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유혜연 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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