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친환경’ 페스티벌이라며 일회용기 반입 막더니… 식음료는 일회용기에 판매
일부 지자체, 다회용기 쓰고 세척해 다시 사용… 페스티벌 업계 “비용 부담 크다”
“입장하실 때 일회용기에 담긴 음식물은 반입 안 됩니다. 여기에 버리고 들어가 주세요. 친환경 공연이 되게 해주세요.”
지난 18일 인천 연수구 송도신도시 한 공원에서 열린 페스티벌. 자우림과 너드커넥션 등 유명 아티스트를 보러 모인 관객 수천명이 공연장 안으로 들어갈 때 진행요원이 이렇게 외쳤다. 일회용기를 들고 들어갈 수 없도록 가방 검사도 했다. 입구 앞에 놓인 테이블은 관객들이 버린 플라스틱 음료 컵과 비닐로 포장된 과자 봉지로 가득 찼다.
그런데 공연을 본 관객 안모(26)씨는 “이게 정말 친환경 정책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공연장 안에서 떡볶이와 꼬치류, 맥주, 요거트 등 다양한 먹거리를 팔았는데, 종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일회용기에 담아 판매했기 때문이다. 안씨는 “얼음컵을 들고 들어갈 수 없다고 해서 입구에서 버렸는데, 정작 안에 있는 편의점에서도 똑같은 얼음컵을 팔고 있더라”고 했다.
◇입구에서 “일회용기 버리세요”… 안에선 일회용기에 식음료 팔아
다른 민간 행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 공원에서 열린 페스티벌도 일회용기를 갖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단속했다. 그런데 행사장 안에서 떡볶이와 김치말이국수를 일회용 종이 그릇에 담아 팔았다. 맥주와 탄산음료는 투명 플라스틱 컵에 담아 판매됐다.
최근 한 페스티벌에 참가한 김모(28)씨는 “일회용기 반입을 못 하게 막으면서 안에서는 사용하고 있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22일 공연 업계에 따르면 여러 공연장에서 행사 주최 측은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겠다며 일회용기에 담긴 음식물 반입을 제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쓰레기 배출을 줄여 쾌적한 환경을 만들려는 조치”라며 “대부분의 페스티벌이 비슷하게 운영된다”고 했다.
하지만 공연 관람객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예를 들어 햄버거 세트를 사서 행사장 안에 들어가려면 햄버거·감자튀김은 뚜껑이 닫히는 밀폐용기에, 음료는 텀블러에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공연장 내 일회용기 반입 제한은 영화관이나 스포츠 경기와 비교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화관에서는 외부 음식 반입이 가능하고, 용기 종류와 관계없이 대부분 갖고 들어갈 수 있다. 야구장에서도 외부 음식 반입이 허용되며, 포장 형태나 용기 재질에 따른 제한은 없다. 관객 안전을 위해 1ℓ를 초과하는 페트병만 반입이 금지돼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운영 기준이 들쭉날쭉하다고 느낄 수 있다”며 “보다 명확한 원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회용기 사용하면 친환경 가능… 페스티벌 업계 “용기 세척 비용은 부담돼”
페스티벌 관객이 가져온 일회용기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는 대신 다회용기를 제공하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늬만 친환경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친환경적인 행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지자체는 조례를 제정해 공공이 주최하는 행사에서는 다회용기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시는 폐기물 관리 조례에 따라 서울시가 주최하고 예상 참여 인원이 1000명 이상인 행사에서는 일회용기 사용을 금지하고 다회용기만 사용하게 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매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고 있는 K-푸드 페스티벌에서는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있고, 행사장 한 켠에 반납함을 따로 만들어 운영 중이다. 다 쓴 다회용기는 전문 업체가 세척한다.
그러나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민간 업자들은 다회용기를 사용하기에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는 입장이다. 수거·세척 비용이 상당하고, 위생 문제로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페스티벌 주최 업체 관계자는 “다회용기를 도입하려면 1000만원 넘게 든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일회용기 반입 금지로 친환경 메시지를 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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