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평타는 치는 아는 맛 드라마의 리스크('금주를 부탁해', '당신의 맛')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5. 5. 22. 15:4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금주를 부탁해’와 ‘당신의 맛’, 누구나 아는 맛은 과연 통할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tvN 월화드라마 <금주를 부탁해>와 ENA 월화드라마 <당신의 맛>은 다른 듯 비슷한 드라마다. 음식이 소재로 등장한다는 의미에서 비슷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보다는 적당히 아는 맛 드라마라는 의미에서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익숙한 서사구조를 두 작품은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그래서 중간 중간 빼먹고 봐도 별 문제가 없을 만큼, 공식에 가까운 문법들이 등장한다.

<금주를 부탁해>는 잘 나가던 여주인공이 회사로부터 부당한 처우를 당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마침 그곳에 내려온 어려서부터의 친구인(연인이 될 뻔한) 남주인공을 만나 사랑을 일궈나가면서 서로를 치유하는 이야기다. 이런 서사 틀은 이미 <갯마을 차차차>나 <웰컴투삼달리> 같은 지역이 등장하는 드라마에서 반복된 것으로, <금주를 부탁해>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여기에 '술 이야기'가 들어있다는 점 정도다.

본인은 상식적 수준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알코올 중독에 가까운 금주(수영)가 의사인 의준(공명)의 도움을 받아 아마도 그 중독에서 벗어나고 사랑도 하게 되는 이야기로 흘러갈 전망이다. 금주가 알코올 중독이 될 정도로 술을 마시게 된 이유는 회사에서의 차별도 있지만 전 남친의 외도와 다른 여자와의 결혼(아이까지 갖고)한 사실로 갖게 된 상처 때문이다.

금주는 피해자지만 자책하며 술을 마시고, 결국 가해자인 남자의 결혼식까지 가지만 항변조차 하지 못한다. 대신 의준이 나서 소심한(?) 복수를 해주고, 금주는 의준에게 기대 자신도 술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고백한다.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지만 스스로 자책하며 술을 마시는 금주라는 캐릭터는 다소 답답하지만, 드라마는 특유의 경쾌한 코미디로 이러한 답답함을 넘어선다. 물론 앞으로 금주가 어떤 주체적인 선택들과 변화를 통한 성장을 보여줄 지가 관건으로 남았다. 4회까지 방영됐지만 앞으로의 전개까지 어느 정도 예측가능한 아는 맛이다.

<당신의 맛>도 이 익숙한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거대 식품회사 회장의 아들이자 그 회사의 이사로 기업을 물려받고 쓰리스타를 받기 위해서라면 남의 레시피를 훔치는 일도 서슴지 않는 범우(강하늘)가 형이자 라이벌인 선우(나라)의 계략에 빠져 모든 걸 잃고 전주로 내려오게 되고, 그곳에서 만난 고집 있는 셰프 연주(고민시)를 통해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물론 범우와 연주의 멜로는 중심축을 이루는 서사이고, 이들이 운영하는 정제라는 식당이 음식으로 승부해 선우와 대결하는 과정도 빠지지 않는다.

음식이라는 보편적으로 마음을 잡아끄는 소재가 등장하고, 레시피 대결 같은 흥미진진한 극적 서사가 빠지지 않는다. 여기에 정제라는 식당에 합류하게 된 명숙(김신록), 춘승(유수빈) 같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아옹다옹 코미디와 함께 힘을 합쳐 난관을 이겨나가는 이야기의 재미도 들어있다. 그런데 이런 다양한 재미요소들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맛들이 어딘가 익숙하고 아는 맛이라는 데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아는 맛 드라마가 가진 효용성은 대단히 집중하지 않아도 확실하게 기대하는 재미를 준다는 점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예상을 벗어나는 새로운 맛의 묘미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금주를 부탁해>와 <당신의 맛>이 3% 남짓의 굉장하지는 않지만 나쁘지는 않은 시청률을 내고 있는 건 바로 이런 아는 맛의 장단점이 결합한 결과다.

아는 맛 드라마의 성패는 결국 기대한 바를 얼마나 세련되고 임팩트 있게 그려내는가에 달렸다. 대본보다 중요한 건 연출과 연기다. 하지만 연출과 연기가 제아무리 뛰어나도 아는 맛 대본 자체가 갖는 한계를 넘어서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워낙 드라마 시장이 어렵다보니 도전보다는 안정적인 선택을 하려는 경향이 생기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아는 맛 드라마들이 최근 유독 많아지는 건 어딘가 우려되는 점도 있다.

특히 이러한 아는 맛 드라마는 K드라마에 점점 익숙해진 해외 팬층의 시선을 끄는데는 효과를 발휘하지만 이런 흐름이 장기화되면 '뻔한 K드라마'라는 비판과 외면을 받게 될 위험이 있다. 아는 맛이라도 적절히 색다른 맛을 첨가해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클리셰의 반복은 자칫 K드라마의 퇴행을 불러올 수 있다. 편안함의 다른 말은 심심함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gmail.com

[사진=tvN, ENA]

Copyright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