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언론 장악법' 추진...유럽 "소수 목소리 지켜달라" 호소

곽주현 2025. 5. 2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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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자금 지원받는 단체 불법화 법안
시민단체 "통과 전 EU 개입해야" 성명
내년 선거 정권 교체 위기에 '무리수'
헝가리 정부가 해외 자금을 지원받는 모든 단체를 불법화하는 법안을 발의하자 시민들이 18일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반대 집회에 모여 이를 규탄하고 있다. 부다페스트=로이터 연합뉴스

극우 포퓰리스트인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헝가리 정부가 내년 선거를 앞두고 독립 언론 및 비정부기구(NGO) 탄압 소지가 다분한 법안을 내놨다. 유럽 지역 시민단체와 언론, 정치인들은 유럽연합(EU)에 이 법안 저지 방안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2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헝가리 집권 여당 피데스는 EU 보조금이나 기부금 등 어떤 형태로든 외국 자금을 받는 조직을 감시·처벌하고 폐쇄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지난주 제출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헝가리 당국은 '블랙리스트'에 오른 조직의 금융 계좌 내역과 각종 문서, 전자기기상 기록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현재 헝가리 의회에서 피데스는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내달 중 통과될 공산이 크다.

헝가리 내 독립 언론과 NGO가 이 법안의 타깃으로 분석된다. 가디언에 따르면 전체의 80%에 달하는 헝가리 언론이 정부와 친정부 기업 보조금에 의존하며 사실상 피데스의 기관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법안을 통해 나머지 소수 언론까지 통제, 여론을 장악하겠다는 게 현 정권의 노림수로 읽힌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16일 알바니아 티라나에서 열린 제6차 유럽정치공동체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에 들어가고 있다. 티라나=로이터 연합뉴스

시민단체들은 6월 중순으로 예고된 법안 통과 시점 전 EU가 개입해주기를 요구하고 있다. 인권단체 헝가리 헬싱키위원회(HHC)는 "법안이 통과된다면 독립적인 목소리가 소외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멸될 것"이라며 "이런 비자유주의적, 억압적 모델이 국경 너머로 수출되기 전에 EU가 단호히 행동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가디언을 비롯해 프랑스 리베라시옹, 폴란드 가제타 비보르차 등 유럽 전역 언론사 편집자 100여 명도 EU 개입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고, 국제투명성기구도 "민주주의 파괴를 지켜볼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 EU 의원 26명은 21일 헝가리에 대한 모든 자금 지원을 동결할 것을 EU 본부에 촉구하는 서한에 서명했다.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오르반 총리가 '무리수'를 둔 이유는 내년 선거에서 권좌에서 내려와야 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2010년 두 번째 집권 이래 무려 15년째 권력을 틀어쥐어온 그는 신인 정치인 페테르 마자르의 도전에 직면했다. 지난달 시행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마자르가 이끄는 신생 정당 '티서'는 34% 지지율을 기록하며 피데스(28%)를 크게 앞섰다. 티서는 부패와 권위주의에 반대하며 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관계 회복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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