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제2의 전성기’ 만들다, 유튜브 피디도 함께 떴다

제트(Z)세대로부터 ‘슬픔이 피디(PD)’ 혹은 ‘피디 라이크’(PD like)라는 별명으로 사랑받는 여진솔 피디와, 홍진경을 예능 감초에서 주인공으로 부상시킨 이석로 피디. 둘의 공통점은 방송사가 아닌 유튜브에서 활약하며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린다는 것이다. 주로 방송사에서 배출되던 ‘스타 피디’가 이제는 유튜브에서 탄생하고 있다. 유튜브의 파급력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여 피디는 지난해 5월 유튜브 채널 ‘가비걸’에서 공개한 웹 예능 ‘디바마을 퀸가비’의 연출자다. 댄서 가비가 매니저 530명을 거느린 할리우드 스타이자 ‘네포-베이비’(부유하고 유명한 부모 덕에 쉽게 성공을 거둔 금수저)라는 설정의 페이크 다큐다. 퀸가비는 특유의 발음으로 더우면 ‘선풍기 매니절’을, 사진을 찍고 싶으면 ‘픽처 매니절’을 찾는 등 모든 일을 매니저에게 맡기고 이들을 ‘잡도리’하지만, 자신보다 더 부자인 모텔 가문의 후계자 ‘패리스 은지 튼튼’(이은지)만 나타나면 작아진다.
이런 우스운 설정에 2000년대 온스타일 예능을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 어설프게 넷플릭스 시리즈인 척하는 효과음이 더해지며 제트세대에게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선풍기 매니절’ ‘피디 라이크’ 등 유행어를 탄생시키며 최다 조회수 341만회를 기록했다.

덩달아 여 피디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제작사 ‘커들리 스튜디오’의 공동 대표이기도 한 그는 주인공 퀸가비만큼 자주 등장한다. 비록 목소리만 나오지만 존재감이 크다. 그는 퀸가비의 호통 탓인지 풀죽은 목소리를 내는데,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의 ‘슬픔이’와 비슷해 ‘슬픔이 피디’라는 별명도 생겼다. 주눅 든 것 같지만 할 말은 다 한다. “속도를 내는데 세이프티(안전)하게, 퀵 앤 슬로(빠르면서 느리게) 느낌으로, 죽지는 않으면서 제일 빠른 속도로 가달라”고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는 퀸가비를 향해 “한국에선 이렇게 잡도리 하시면 문제가 된다”고 말한다. 여 피디는 언론 인터뷰에서 “피디로서 상황 전체를 보고 연출해야 하는데 둘 다 잘해내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지만, 인스타그램에서 ‘슬픔이 피디’ 계정을 따로 운영할 만큼 시청자와의 소통에 적극적이다.
‘예능 원석’ 발굴 능력 또한 주목받는다. ‘디바마을 퀸가비’에는 댄서 킹키·또또·제이미가 조연으로 자주 등장한다. 댄서로만 활동했던 이들이 예능에 출연해 범상치 않은 매력을 뽐낸다. 킹키는 열쇠 재벌이라는 설정에 몰입해 수트에 열쇠를 달고 나오고, 여 피디와 러브라인을 만들기도 한다. 또또는 ‘결혼에 미친 사람’ 콘셉트를 잘 살려 코미디언 아니냐는 오해도 받는다. ‘빵상 아줌마’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역술인 황선자씨를 출연시킨 회차도 유명하다.

여 피디보다 일찍이 유튜브에서 이름을 떨친 이는 이석로 피디다. 종편사 피디로 일하다 지금은 허니비 스튜디오라는 제작사에서 웹 예능을 제작하고 있다. 홍진경, 이지혜, 최화정, 장영란 등 예능에서 주로 감초로 활약해왔던 여자 연예인들은 그와 함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대표적 사례가 홍진경의 ‘공부왕 찐천재’ 채널이다. ‘홍진경이 지식을 향한 타는 목마름으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콘셉트의 이 채널은 2021년 시작해 현재 구독자 175만명을 보유할 정도로 성장했다. 배우 한가인도 이 피디와 손잡고 신비감 있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주부이자 생활인으로서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 피디 예능의 강점은 맛있는 재료를 찾아내 친근한 맛으로 요리한다는 데 있다. 잠재력이 충분한 이들을 찾아내 일상, 요리, 수다 등 친근한 방식으로 매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예컨대 ‘공부왕 찐천재’는 홍진경이라는 웃음이 보장된 인물을 데려다가 공부라는 다소 지루한 주제를 다루는 것 같지만, 공부를 핑계로 놀러 다니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홍진경이 강사로 나서 연애 특강을 여는 등의 방식으로 가볍게 다가간다. 이 피디와 출연진이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웃음 양념이다. 이 피디는 언론 인터뷰에서 “누구나 피디가 될 수 있는 시대지만 그럼에도 변치 않는 정의는 있다”며 “‘세상에 있는 수많은 웃음과 정보의 소스를 가치 있게 제공해 사람들에게 떠먹여 주는 사람’이다. ‘좋은 소스를 알아보고 얼마나 가치 있게 가공하느냐’가 좋은 피디냐 아니냐를 나누는 기준”이라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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