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왜 쪼개나…"CDMO·시밀러 윈윈 기대, 주주가치 높일 것"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적분할을 결정한 배경으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과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사업의 성장을 빼놓을 수 없다. CDMO와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나란히 성장하면서 고객사의 이해 상충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CDMO 고객사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경쟁하는 구도라 의약품 위탁개발이나 생산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맡기는 걸 주저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초기 단계일 땐 이 같은 우려가 크지 않았지만, 이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DMO 사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섰다고 판단한 셈이다. 미국의 의약품 관세 부과 예고, 약가 인하 등 글로벌 시장 환경 변화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유승호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지원센터장(부사장)은 "CDMO 고객사 중 일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하나의 실체로 인식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객사 제품과 경쟁하는 구도로 오인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해 고객사들의 우려가 있고, 리스크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주주가치 제고 기대감도 인적분할의 목적 중 하나다. 우선 CDMO와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완전히 분리하면 주식시장에서 투자 대상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다. 또 CDMO와 바이오시밀러, 이 두 사업의 가치를 별도로 인정받아 시너지를 낼 수 있단 계산도 고려했을 수 있다.
삼성그룹 핵심 지주사인 삼성물산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을 통한 시장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최대주주로 43.06%의 지분을 보유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로 삼성물산의 지분가치가 주목받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현재 삼성물산 시가총액은 24조원대로,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가치를 밑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적분할 뒤 시장과 소통을 강화하고 다양한 주주환원정책을 검토할 계획이다. 일각에서 우려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중복상장 리스크(위험)도 해소할 수 있다. 지금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00% 자회사로, 주식시장에 상장하면 가치 왜곡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당장 기업공개(IPO)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제 남은 과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신설회사(예정)인 삼성에피스홀딩스(가칭)가 각자 역할에 충실하며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느냐다.
인적분할 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순수 CDMO 기업으로 생산능력 확대와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신규 사업 강화, 글로벌 고객사 추가 확보 등에 집중할 계획이다. 글로벌 최고 수준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역량을 확보한 데 이어 제2 바이오캠퍼스 증설 등으로 후발주자와 격차를 벌리겠단 전략이다. 또 ADC뿐 아니라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 메신저리보핵산(mRNA) 등으로 사업 영역을 적극적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신설할 삼성에피스홀딩스는 바이오 기술 플랫폼을 구축하고 외부 기업 인수합병(M&A)과 지분 투자에 활발하게 나설 계획이다. 국내 우수 바이오 기업을 발굴하고 협력해 미래 유망 기술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겠단 전략이다. 또 신설 자회사를 통해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글로벌 최고 수준의 바이오시밀러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지원할 예정이다.
김혜민 KB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분리하면 각 기업의 가치를 보다 명확하게 평가받을 수 있다"며 "외국 투자자 입장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 이후 글로벌 기업과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 괴리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정 디에스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함께 있을 때보다 CDMO 수주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인적분할을 통한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도윤 기자 justice@mt.co.kr 김선아 기자 seon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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