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C 2025] 애벗 前 호주 총리 “한국 대통령, 취임 즉시 트럼프 만나라”

안준현 기자 2025. 5. 2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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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한-호주 FTA 체결 앞장선 토니 애벗 전 호주 총리
“中, 절대 美 대체 국가 못 돼“
“中보단 印이 수퍼파워 부상 가능성 높아“

“트럼프의 보호무역은 전략이 아니라 감정입니다. 6월에 취임하는 차기 한국 대통령은 바로 트럼프를 만나 관세 협상을 진행해야 합니다.”

2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6회 아시아리더십콘퍼런스(ALC) ‘자유무역과 새 국수주의’ 세션에 연사로 참석한 토니 애벗(Tony Abbott) 전 호주 총리는 한국의 대미(對美) 관세 대응책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애벗 전 총리는 2013년부터 2년간 호주 총리 재임하며 한국(2013년), 일본(2014년)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대표적인 자유무역론자다.

2025년 5월 22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2025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가 열리면서 토니 애벗 전 호주 총리가 '자유무역과 새 국수주의: 글로벌 무역 질서의 위기 속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주제로 세션에 참여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그는 이날 “한·호주는 FTA 이후 매년 10% 이상 무역 성장을 기록한 이상적인 성공 사례”라며 “자유무역은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친구 국가들끼리만 지속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결코 자유무역 국가가 아니며, 무역을 자신들의 국력을 키우는 데만 사용하는 전략적 도구로 여긴다”고 말했다.

◇“자유무역, 법치 아래 친구끼리만 가능”

애벗 전 총리는 “글로벌화의 혜택을 입은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이 법치와 민주주의를 공유한 국가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자유무역은 생활 수준이 비슷하고 법의 지배를 따르는 국가들 사이에서만 공정하게 작동한다”고 했다. 이어 “중국은 WTO 가입(2001년) 후 세계 공장으로 부상했지만,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산업만 강화시키다가 미국의 힘이 떨어진 틈새를 노려 타국에 경제적 의존도를 무기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는 2020년 중국 정부에 코로나 기원 조사를 요구한 이후 중국으로부터 석탄·보리·와인 분야에서 무역 보복을 당했다. 애벗 전 총리는 이를 “중국식 보복 무역의 전형”이라고 표현하며 “공급망을 무기화한 중국의 전략은 이제 민주주의 국가들이 집단적으로 대응해야 할 새로운 안보 문제”라고 했다.

◇트럼프發 관세 전쟁에 “과잉 반응은 금물…우선 호흡부터”

애벗 전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도 “동맹국인 한국과 캐나다, 영국에도 고율 관세를 부과한 것은 비생산적이며, 전략적 도구라기보다는 즉흥적 성향이 짙다”고 했다. 특히 “한국은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트럼프의 요구를 잘 파악해 협상에 나서야 한다”며 “트럼프가 관세 얘기를 꺼내면 과잉 반응하지 말고, 심호흡 두 번 한 뒤 말하라”고 조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 시각)워싱턴 백악관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왼쪽)를 만나고 있다. / AP 연합뉴스

이어 애벗 전 총리는 대표적인 과잉 반응 국가로 캐나다를, 침착한 대응을 한 국가로 영국을 꼽았다. 그는 “‘51번째 주’로 조롱당한 캐나다인들의 과잉 반응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결국 관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남은 트럼프 행정부 시기 상호 관세가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영국은 스타머 총리가 트럼프 취임 한 달 후인 지난 2월 방미한 뒤, 부과 과세율 10%로 선방했다”며 “한국도 이 전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무엇보다 실리와 개인의 이익을 중시하는 정치인”이라며 “F-35 구매, 한미 칩 생산 협력, 주한 미군 분담금 확대 등 미국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면 한국은 관세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대안은 인도… 인도에 주목하라”

이날 애벗 전 총리는 중국 공급망의 대체축으로 인도를 지목했다. 그는 “인도는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로, 중국과 달리 국영기업 주도 구조가 아닌 자유시장 구조를 갖췄다”며 “법치주의와 인구 구조, 젊은 노동력 면에서 차세대 공급망 중심 국가로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중국공산당 일당제 독재 체제인 중국과 차별화된 점이다.

그는 “중국은 경제 규모 면에서 성장했지만, 소프트파워 측면에서는 글로벌 리더가 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중국산 음악, 영화, 패션, 명품은 세계 시장에서 미국산에 비해 영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글로벌 시민들이 어느 나라에서 살고 싶은지를 묻는다면 99.9%는 미국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국은 강압적인 ‘전랑(戰狼) 외교’를 통해 외교적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국제 사회의 신뢰를 떨어뜨릴 뿐”이라며 “중국의 독재 체제가 미국식 민주주의와 경쟁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2025년 5월 22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2025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가 열리면서 토니 애벗 전 호주 총리가 '자유무역과 새 국수주의: 글로벌 무역 질서의 위기 속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주제로 세션에 참여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애벗 전 총리는 “지금은 미국이 주도했던 70년 간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미국 주도의 세계 평화와 국제 질서)가 흔들리는 시점”이라며 “인도, 한국, 호주 같은 중견 민주 국가들이 미국의 공백을 일부 메우고, TPP(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 같은 다자무역협정을 확장해 자유주의 질서를 지켜야 한다”고도 말했다.

◇“정신적 피폐 시대…세 개의 위협에 자유 국가들 힘 합쳐야”

애벗 전 총리는 세계가 2020년을 전후로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정신적으로 빈곤한 시대’를 통과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즉 세계 대전 같은 대규모 전쟁은 없지만, 평화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란-이스라엘 갈등, 중국의 대만 침공 위협까지 세계는 실질적인 지정학적 위기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이제는 이상과 도덕만으로 세상을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푸틴 "미국이 대만 도발" 시진핑 "강대국끼리 손잡자"- 15일(현지 시각)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대미 공동 전선을 강화하고 있는 두 정상은 “러시아와 협력하겠다”(시 주석), “대만 문제와 관련, 미국 등의 도발을 규탄한다”(푸틴 대통령)며 연대를 다짐했다. 이들의 대면 회담은 지난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이다. /타스 연합뉴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이 세계 경찰 국가로서의 지위를 놓으려고 하고, 러시아·이란·중국이 반서구, 반민주주의, 극단주의로 뭉치는 만큼 자유 국가들이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했다. 이어 “의약품, 무기, 철강, 반도체 등 전략 물자에 대한 공급망은 민주주의 국가들 사이에서만 공유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은 국가와의 무역은 위험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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