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동남아 방산 전시회 간 중소기업들 ‘AI와 가성비’로 승부
정비 매뉴얼 AI 학습시킨 가상 교육 프로그램 등
방산 중소기업의 동남아 시장 개척

지난 21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랑카위 국제 해양·항공전시회(LIMA) 2025’ 한국관의 중소기업 ‘증강지능’ 부스. 고글과 비슷한 혼합현실(MR) 헤드셋을 쓰자 3차원으로 ‘보잉 737’의 랜딩기어(착륙 시 사용하는 바퀴)가 눈앞에 나타났다. 화면 아래에 랜딩기어 브레이크 부분을 여는 방법이 적혀 있었고, 같은 내용의 음성이 들렸다. “넥스트 페이지(다음 장으로)”라고 외치자 화면이 바뀌었다.
이번 행사의 한국관은 방위사업청과 국방기술진흥연구소(국기연)가 중견·중소기업들을 모아 만들었다. 이들 기관이 한국관 설치를 주도한 것은 한국 중소기업 제품을 택할 경우 한국 정부가 후원자 역할을 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날 인공지능(AI)를 활용하는 중소기업인 ‘증강지능’이 MR 헤드셋을 쓴 관람객을 대상으로 시연에 나서자 인파가 몰렸다. 증강지능 관계자는 시연 참가가에게 “수십만 장에 달하는 항공기 정비 매뉴얼을 AI에 학습시킨 뒤 가상으로 구현한 결과”라며 “항공안전법에 따라 항공기 정비는 메뉴얼을 그대로 지켜야 하는데, 가상으로 구현된 화면과 음성을 따라하는 것으로 작업 능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근식 증강지능 대표는 “항공기 수리에 사용할 수도 있다”며 “일하는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해당 기술은 현재 국내 항공과학고등학교 등에서 사용하고 있다. 항공안전법상 항공정비 교육기관은 실물 항공기 3대 이상을 보유해야 하는데, 2021년 정부의 규제 유예제도(규제 샌드박스)를 적용 받았다. 조 대표는 “미국 항공엔진 제조사 ‘GE에어로스페이스’와 협업을 준비 중”이라며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항공 교육과 유지·보수·정비(MRO)시장 진출도 희망한다”고 말했다.

광통신 케이블 커넥터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포스텍’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유럽·미국 기업의 대체재 자리를 노리고 있다. ‘천궁’ ‘L-SAM’ 등 미사일 방어체계는 발사체와 지휘통제소, 레이더로 구성되는데 이 기업은 이들을 연결하는 케이블을 만든다. 현재 이 시장은 미국과 유럽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이윤조 포스텍 차장은 “우리 제품의 가격은 미국·유럽 업체의 70% 수준이면서, 납기일은 그들보다 3분의 1 이상 빠르다”며 “이 강점을 앞세워 선진국이 장악한 시장을 조금씩 가져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포스텍의 제품은 해군의 울산급 호위함과 앞으로 건조될 한국형차기구축함(KDDX)에도 들어간다.
또 다른 중소기업 ‘비스타컴’의 부스에는 ‘드론 건(안티 드론 무기)’이 전시됐다. 주변을 지나던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군인들이 “드론 건의 무게는 얼마냐”, “얼마나 먼 거리까지 작동이 가능하냐” 등 제품 제원에 대해 질문했다.
비스타컴의 안티 드론은 여러 기능을 한 데 모았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드론을 탐지하는 기능은 물론 드론이 수신하는 전파를 교란하는 재밍(Jamming)과 허위 GPS신호를 보내 드론을 잘못된 위치로 이동시키는 스푸핑(Spoofing)을 한 번에 운용할 수 있다. 비스타컴의 제품들은 현재 육군과 수자원공사에서 사용하고 있다. 임륜경 비스타컴 매니저는 “어떤 기관은 가격에 민감에 하고, 어떤 기관은 성능에 민감해한다”며 “그러나 드론으로부터 중요국가시설을 보호해야한다는 이들의 우려는 같았다”고 말했다.

이밖에 방산용 케이블 관리 지원장비를 개발하는 ‘벡스’, 연안경비선·인명구조선 등을 제조하는 ‘그린선박기술’, K9 자주포 등에 통신 케이블을 제공하는 ‘연합정밀’, 폭발물 탐지기 등을 만드는 ‘신안정보통신’, 탐조등을 만드는 ‘엘라이트’, 항공기용 와이퍼를 만드는 ‘화인정밀’ 등의 중견·중소기업도 참가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랑카위(말레이시아) 국방부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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