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시, 휠체어 비치 의무 ‘법 위반’⋯장애인 접근권 외면
10년 넘은 휠체어도 사용⋯"기본권 보장 인식 부족" 지적
지방자치단체 조례 제정 사례도 전무⋯제도 보완 시급

포천시가 장애인과 거동 불편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법률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기관 내 휠체어 비치 의무를 규정한 현행법이 무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공공시설 접근권 보장에 대한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인천일보 온라인 '[민원 현장] '가까이 하기 너무 먼' 공공기관 휠체어'>
22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는 민원인이 이용하는 공공건물에 휠체어를 1대 이상 반드시 비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휠체어는 출입구 부근, 민원실, 안내실 등 장애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둬야 한다.
그러나 시는 최근까지 다수의 청사에 휠체어를 비치하지 않거나 제대로 활용되지 않도록 방치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조진숙 포천시의회 의원이 시에 의뢰한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청 본청을 비롯한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와 보건소 등 17개 기관 가운데 7곳이 휠체어를 전혀 비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휠체어를 비치한 기관들도 대부분 안내 표지판이 없었으며, 위치와 사용 방식도 제각각이었다
이용 안내 방식 역시 제도화돼 있지 않았다. '요청 시 제공'하는 기관이 11곳, '자율 사용'으로 운영하는 기관은 6곳이었다. 비치된 휠체어 중 9대는 구입한 지 10년 이상 지나 노후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조진숙 의원은 "법적 의무임에도 이를 지키지 않는 것은 단순한 행정 착오로 볼 수 없다"라며 "장애인을 포함한 이동 약자의 접근권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장치조차 외면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포천시 관계자는 "의회 요청으로 공공기관의 휠체어 비치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일부 미비점이 확인됐다"라며 "현재 실태를 재점검하고 있으며 부족한 시설은 즉시 보완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시민 반응은 냉담하다. 포천시청을 방문한 한 시민은 "이제라도 조치에 나선 것은 다행이지만, 애초에 법을 제대로 지켰다면 불편을 겪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시 행정의 무책임함을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접근성 문제를 단순한 편의가 아닌 헌법상 기본권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장애인 인권 단체 관계자는 "공공기관은 모범적으로 법을 준수하고 사전 예방에 힘써야 할 책무가 있다"라며 "장애인과 거동 불편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실질적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적으로도 공공기관에 휠체어 비치를 의무화하거나, 이를 구체화한 지방자치단체 조례조차 거의 존재하지 않는 현실은 제도적 사각지대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지역 실정에 맞춘 조례 제정이나 운영 지침 마련 등 구체적 제도 보완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공공기관 접근성 개선이라는 법의 취지를 실현하기 위해 보다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행정적·입법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포천=글·사진 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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