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호-나영석의 웃음과 재미를 추구한 25년 동행 [IZE 진단]
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우리가 모두 학창시절에 배웠듯,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사회생활'이라는 명목으로 살아가는 세계를 '2차집단'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러한 이익을 목적으로 한 관계로 만났어도 긴 시간 인연을 맺으면서 가족이나 친구처럼, 1차집단에 못지않은 유대를 쌓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당연히 방송가에도 그러한 사람들이 있다. 오늘은 제작사 '에그이즈커밍'의 두 핵심, 나영석PD와 신원호PD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1976년생인 나영석PD와 1975년생인 신원호PD. 나영석PD가 학교를 1년 먼저 들어가 똑같은 해에 국민학생(지금의 초등학생)이 된 두 사람은 2001년 나란히 KBS 공채 27기 예능PD로 입사했다. 나란히 '1박2일'과 '남자의 자격'이라는 히트 예능을 제작했던 두 사람은 신원호PD가 2011년에, 나영석PD가 이듬해인 2012년 tvN으로 이적하면서 나란히 tvN의 PD가 됐다.
누가 설명하지 않아도 두 사람의 이후는 모두가 알고 있다. 나영석PD가 '꽃보다' 시리즈, '삼시세끼' 시리즈, '신서유기' 시리즈를 비롯해 '윤식당' 시리즈, '뿅뿅 지구오락실' 시리즈 등 TV 플랫폼과 자신이 주도하는 유튜브 채널 '채널 십오야'를 통해 예능 PD와 출연자로 모두 백상예술대상을 수상한 거물 PD가 된 사이 신원호PD는 '응답하라' 시리즈, '슬기로운' 시리즈에 이어 최근에는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로 드라마의 스핀오프에 크리에이터로 합류하면서 이름을 높이고 있다.
나란히 예능PD였던 두 사람은 나PD가 과거 연극반, 신PD가 영화감독을 꿈꿨을 만큼 '스토리텔링'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갖고 있었다. tvN에서 이룰 것을 다 이룬 두 사람은 다시 2023년 절친인 이우정 작가가 세운 제작사 '에그이즈커밍'으로 이적했다. 이 제작사가 CJ ENM의 레이블이 됐기에 두 사람은 tvN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포지션을 지키면서, 더욱 자유로운 입장에서의 제작이 가능해졌다.

두 사람의 유대는 방송가에서 유명하다. 여기서 이들과 동고동락한 작가 이우정 그리고 초창기 '1박2일'부터 이들과 함께했던 이명한 에그이즈커밍 대표로 이어지는 유대가 좀 더 정확한 말이다. 여기에 이들과 오랜시간 일을 같이한 최재형 작가, 김대주 작가 등도 이들 사단에 포함된다. 나영석PD의 세계관은 그대로 신원호PD의 세계관으로 이어지며, 한 명이 드라마를 만들면 다른 한 명이 이 설정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예능을 만든다.
예를 들면 2016년 신원호PD가 만든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자, 나영석PD가 이 작품의 젊은 주역 류준열, 박보검, 안재홍, 고경표를 데려다 아프리카 여행을 시키는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 편'을 만들었다. 최근 신PD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 인기를 끌자 이 작품의 주역인 고윤정, 정준원 등의 배우들이 나PD의 유튜브 채널인 '채널 십오야'에 고스란히 출연한 것도 그런 예다.
특히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 편'의 경우에는 종방연을 하던 장소에 비밀스럽게 나PD가 잠입해 미리 드라마 제작진, 매니저들과 사전 모의를 한 다음 출연자들을 자연스럽게 여행으로 '납치'하는 프로젝트를 감행하기도 했다. 이 사례는 드라마와 예능의 가장 '극단적인' 협업의 사례로 유명하게 남아있다.
두 사람은 프로그램을 나누는 선을 넘어 출연도 한다. 나PD가 과거 '응답하라 1994'의 하숙생 역할로 출연해 화제가 됐으며, 신PD는 최근 방송을 시작한 나PD의 예능 '뿅뿅 지구오락실 3'에서 출연한다. 또한 두 사람은 최근 방송한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서 실제 방송사의 PD 콤비로 출연하기도 했다.

이러한 역사를 줄잡아 따지면 벌써 25년이 다 돼 간다. 이들을 기반으로 한 제작사 에그이즈커밍은 이들의 프로그램말고도 수많은 자체 프로그램을 양산하는 제작사가 됐으며, 대외적으로도 역시 '스타PD' 출신이었던 김태호PD가 정종연, 이태경PD와 함께 세운 제작사 'TEO'와 함께 가장 각광받는 창작집단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다.
두 사람의 프로그램은 장르적으로나, 웃음을 만들어내는 문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된 지향점이 있다. 바로 시청자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 '편안한' 프로그램, '착한' 프로그램을 바라본다는 점이다. 나PD가 여행이나 요리, 식당, 숙박, 게임 등을 기반으로 딱히 '악한'을 만들지 않고 투닥거리는 관계를 갖고 재미를 만들어낸다면, 신PD의 드라마 역시 딱히 '빌런'이라고 할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주인공들이 서로 각자 주어진 역할을 하면서 그 안에서 나오는 직업적인 갈등이나, 가족 간의 갈등 그리고 꿈을 바라보는 차이에서 오는 안타까움을 긴장감의 소재로 삼는다.
보는 사람이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훈훈하게 만들면서 두근대게 만드는 것이 장기이다 보니 두 사람의 프로그램은 한 번 출연한 사람들의 충성도가 굉장히 높다. 나PD의 예능 주역들은 거의 대부분 시즌제로 재출연하며, 최근 방송된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는 과거 신PD의 작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주역 조정석과 유연석, 정경호, 전미도, 안은진, 김대명 등이 고스란히 카메오로 등장하기도 했다.
2001년, 동기였던 두 예능 PD의 꿈은 이제 대한민국을 뒤흔들 콘텐츠가 됐으며 수많은 창작자들이 이들의 길을 따라 걷고 싶어 한다. 자극적이진 않지만 세심하게 친절하며 따뜻한 이들의 콘텐츠에 대한민국은 벌써 20년이 넘게 푹 빠져있다.
신윤재(칼럼니스트)
Copyright © ize & iz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4시 헬스클럽', 정은지 배탈 열연 아쉽네...시청률 1.1% [종합] - 아이즈(ize)
- 김혜성, MLB 신인왕 후보로 경쟁할 수 있을까 - 아이즈(ize)
- 광주 무자격 논란→축구협회 전무 "선수들 땀과 노력에 우선" - 아이즈(ize)
- 아이유, 새 리메이크 앨범 타이틀곡은 부활의 '네버 엔딩 스토리' - 아이즈(ize)
- "지금 아니면 언제"...'미지의 서울', 1인 4역 박보영은 '언슬전' 빈자리를 채울까 [종합] - 아이즈(i
- '10주년' 트와이스, 어느덧 네 번째 정규앨범 - 아이즈(ize)
- ‘무관’ 맨시티, 더 브라위너와 작별 앞두고 마지막 자존심 지킬까 - 아이즈(ize)
- 엔하이픈, '디자이어:언리시'로 불사를 욕망의 씨네 뮤직 - 아이즈(ize)
- '불꽃야구' JTBC 신고에 2화도 삭제..C1은 이의제기 - 아이즈(ize)
-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100만 돌파! 흥행독주 - 아이즈(i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