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공부하는 학생선수를 바라는 이유

이상완 기자 2025. 5. 22. 09:1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6일 전남 곡성군 곡성문화체육관에서 열린 '제53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에어로빅 중학부 5인조 시상식에서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STN뉴스] 우리 아이들이 가장 바라는 직업 중의 하나가 운동선수다. 멋지고 인기 있고 돈도 많이 벌 수 있어 보이는 동시에 아이들에게는 운동장에서 뛸 때만큼 더 행복한 순간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바람과 희망은 중고등학교를 지나면서 대부분 거꾸러진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운동을 계속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다각적인 국면을 판단하고 내린 결정임에 분명할 것이다. 운동만으로 성공할 확률이 매우 낮고 미래가 쉽게 보장되지 못한다는 것은 중요한 '운동선수 되기' 포기 이유가 된다.

손흥민과 같은 수백억 연봉의 유명 선수가 아니라도 운동만으로 미래가 보장될 수 있다면 평생 운동선수로 살지 못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운동선수로 살아남기나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이는 대한민국이라서가 아니다. 지구촌 어디를 보더라도 몇몇 프로스포츠 체계나 몇몇 종목을 제외하고 운동만으로 먹고 산다는 것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이 또한 생애 중 일부 기간에 국한된다.

그럼에도 많은 나라에서 운동선수를 희망하고 실제로 스포츠에 오래 참여하는 선수가 적지 않다. 이들은 자신의 종목을 포함해 스포츠가 사람에게 활력을 주는 소양이고 특기이며 취미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먹고 살기 위한 도구가 아닌 삶을 풍요롭게 꾸미는 도구로 여기기 때문이다.

유명 쇼트트랙 선수의 성폭력 피해 사건을 계기로 2019년 구성된 스포츠혁신위원회는 '최저학력제'를 적용하고 '출석인정결석허용일수'를 줄임으로써 초중고 모든 학생 선수가 훈련과 대회를 빌미로 수업에서 빠지는 일이 없어야 함을 권고했다. 선수이기 이전에 학생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리고 몇 년간의 계도 기간을 지나 시행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정부가 바뀌면서 학생 선수가 운동에 더 전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체육계와 학부모 단체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두 제도는 무력화되고 다시 이전 상태로 학생 선수의 학습권은 후퇴하였다.

훈련과 대회 참가로 어린아이들의 배울 권리가 애초에 무시되는 매우 중요한 이유는 대학입시다. 선수는 물론, 학부모와 지도자 모두 선수의 중고교 시기를 지나면서 대학 진학에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과정이야 어떠하든 대학 진학만으로도 최소한의 사회적 소양을 취득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학교 수업은 거추장스러운 시간 낭비에 불과해 보이는 게 당연할 수밖에 없다.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진학한 학생 선수의 대부분은 보통의 대학생이 경험하는 사회적 유대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다.

학생 선수의 수업 불참여와 학급 친구들로부터의 소외 또는 학생 선수들만의 집단적 고립은 오래된, 그러면서도 암묵적인 사회적 합의였다. 우리가 스포츠로 국제 사회 경쟁을 일삼고 몇몇 우수한 선수에게 국위선양을 기대했던 낡은 사상의 잔존물이 바로 운동선수 따로 키우기였고 국가적 혜택의 배려였다. 이제 그 세상은 없어졌다. 여전히 아이들이 더 많이 운동하고 더 많은 실적을 쌓아야 한다는 사고는 반시대적이고 반사회적이며 반인권적이다. 그래서 학생 선수의 배울 권리를 재능 개발과 직업 선택의 권리 보호라는 미명으로 박탈하는 것은 단지 제도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에 대한 나이 많은 사람들의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조만간 새로운 정부가 탄생한다. 우리나라 교육 체계 안에서 학생 선수의 학습권과 진학으로 대표되는 체육계와 이해 당사자들의 요구사항은 다시 한번 논쟁과 힘겨루기를 할 태세다. 결과적으로 극과 극의 선택을 두고 누가 옳은가를 가늠하는 것은 어리석을 뿐 아니라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 되지 못할 것이다. 머리를 맞대고 교육의 관점에서 해결하되 점진적이고 순차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어린아이들이 건강한 시민으로 자랄 수 있도록 나이 든 사람들이 함께 모여 지혜를 나누고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글=이대택 국민대 스포츠건강재활학과 교수

bolante0207@stnsports.co.kr

▶STN 뉴스 공식 모바일 구독

▶STN 뉴스 공식 유튜브 구독

▶STN 뉴스 공식 네이버 구독

▶STN 뉴스 공식 카카오톡 구독

Copyright © 에스티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