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두르고 트로피 '번쩍'…오열한 손흥민, 마침내 '무관의 한' 풀었습니다

[SPORTALKOREA] 배웅기 기자= 이번만큼은 눈물의 의미가 달랐다. 토트넘 홋스퍼 주장 손흥민이 태극기를 두르고 우승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리는 순간,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토트넘은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 에스타디오 산 마메스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2024/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브레넌 존슨의 결승골을 앞세워 1-0 신승을 거뒀다.

전반 42분 왼쪽 측면에 위치한 파페 마타르 사르가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고, 루크 쇼에게 굴절돼 흘러나온 볼을 브레넌 존슨이 차 넣으며 골망을 흔들었다. 맨유는 후반 내내 토트넘 골문을 두드렸으나 끝내 열리지 않았고, 토트넘은 2007/08 칼링컵(現 카라바오컵) 이후 17년 만의 메이저 대회 우승 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

이날 손흥민은 후반 22분 히샬리송 대신 투입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토트넘이 워낙 수비에 치중한 터라 이렇다 할 장면을 연출하지는 못했지만 주장으로서 팀을 독려하며 활기를 불어넣었다. 수치 역시 축구 통계 매체 'FotMob' 기준 리커버리 3회, 지상 경합 성공 2회, 드리블 성공 1회 등으로 무난한 편이다.

손흥민은 프로 데뷔 이래 3번의 메이저 대회 결승전에 올랐으나 빈번히 고배를 마셨다.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는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끌던 호주와 연장 혈투 끝 1-2로 패했다. 2018/19 UEFA 챔피언스리그는 리버풀에 0-2로 완패했고, 2년 뒤 2020/21 카라바오컵에서 맨체스터 시티에 0-1로 졌다.

10년간 찾아 헤맨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마침내 손에 넣으며 완벽한 결말을 쓴 손흥민이다. 손흥민은 경기 종료 후 제임스 매디슨에게 안겨 오열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여태껏 자주 눈물을 보인 손흥민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의미가 달랐다.

이후 손흥민은 태극기를 두른 채 시상대에 서 알렉산데르 체페린 UEFA 회장에게 우승 트로피를 전달받았고, 그간 설움을 한 번에 털어내기라도 하듯 번쩍 들어 올리며 동료들과 기쁨을 만끽했다. 15년 가까이 이어져 오던 '무관의 한'을 푸는 순간이었다.

포스테코글루 또한 손흥민의 우승을 축하했다. 포스테코글루는 경기 후 영국 매체 'TNT 스포츠'와 인터뷰를 통해 "손흥민에게 이런 날을 선물하고 싶었다. 머릿속으로 항상 바라온 것"이라며 "우리가 다음 시즌에 또 우승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빅클럽이 으레 그렇듯 우승을 기대할 수 있는 구단이 되겠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