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워치] 예금 보호와 뱅크런의 역학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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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전인 1997년 나라의 달러 곳간이 바닥을 드러내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아야 했던 외환위기 시절엔 한보, 기아 등 대기업뿐 아니라 금융회사들도 대거 문을 닫는 한파가 몰아쳤다.
예금자들은 그래서 조금 높은 금리를 주는 금융회사보다 1금융권의 크고 안전한 은행을 선택하거나 2금융권의 여러 금융회사에 예금보호 한도까지 금액을 나눠 예치하는 방법을 택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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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28년 전인 1997년 나라의 달러 곳간이 바닥을 드러내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아야 했던 외환위기 시절엔 한보, 기아 등 대기업뿐 아니라 금융회사들도 대거 문을 닫는 한파가 몰아쳤다. 고려증권, 동서증권이 부도 처리됐고 이듬해엔 상당수 종금사가 문을 닫았으며 대동·동남·동화·경기·충청 등 5개 은행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1997년 11월 정부는 예금자 보호를 위해 2000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모든 금융권에 대해 예금 전액을 보호했으나 예금자들은 조금만 불안한 징후가 나타나도 예금을 인출했다. 문을 닫게 된 금융회사 앞엔 미처 예금을 찾지 못한 고객들이 몰려들어 "내 돈 내놓으라"며 악다구니를 쓰는 일이 다반사였다.

금융회사는 남의 돈을 맡아 보관하고 운영하는 게 핵심 업무인 만큼 안전한 게 최우선이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혹시라도 예금을 받은 금융회사가 망하면 일정 한도까지 원리금 지급을 보장하는 게 예금보호 제도다. 말하자면 예금에 보험을 들어두는 것이다. 외환위기 당시엔 '은행이 안전할까'라는 의구심을 갖는 게 이상하지 않을 만큼 엄혹했던 시절이었기에 예금보호가 중요한 사안이었다. 예금자들은 그래서 조금 높은 금리를 주는 금융회사보다 1금융권의 크고 안전한 은행을 선택하거나 2금융권의 여러 금융회사에 예금보호 한도까지 금액을 나눠 예치하는 방법을 택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2001년부터 24년간 5천만원에 머물러있던 예금보호 한도가 2배인 1억원으로 늘어난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01년의 3배를 넘었고 예금보호 대상인 예금도 550조원에서 3천조원으로 커진 점을 감안해 보호 한도도 확대한다는 취지다. 은행과 저축은행뿐 아니라 농협·신협·수협·새마을금고·퇴직연금, 연금저축도 적용된다. 예금자 입장에선 더 큰 금액까지 예금을 보호받게 되고 분산 예치하는 불편도 감수할 필요가 없으니 환영할 일이다.

금융회사들은 예금보호 한도 확대가 자금이동을 촉발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분산해뒀던 예금을 합치거나 금리가 조금이라도 높은 2금융권으로 예금을 옮기는 등 보호한도 확대를 계기로 시중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과거 한 연구자료는 예금보호 한도가 1억원으로 오르면 저축은행 예금이 16∼25%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금융회사들은 예금으로 받은 자금을 대출 등으로 운용해 돈을 벌어야 하므로 일정 규모의 수신이 필요한데 예금이 빠져나가면 운용 전략에 차질이 발생한다. 그래서 금융권에서 다소 높은 금리를 주는 예금상품을 출시해 자금을 끌어오려는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2023년 파산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22/yonhap/20250522063608255ciuf.jpg)
경기가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는 데다 부동산 업황 악화 등으로 대출을 자제해야 하는 상황이니 당장 금융회사들이 수신 경쟁에 나설 분위기도 아니다. 하지만 경기가 나빠지고 금융회사의 대출 부실이 커지는 상황에서 자칫 금융회사의 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져 자금 이탈이 발생한다면 이는 언제라도 금융회사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만한 위기가 될 수 있다. 2년전 급속한 대규모 뱅크런(예금인출)으로 파산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나 새마을금고의 인출 사태는 자금시장이 사소한 부실 징후나 소문에도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준 최근의 사례다. 소비자에게 의심받는 금융회사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예금보호 한도 확대는 금융소비자에 대한 보호막을 더 튼튼하게 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금융권이 자산 건전성을 제고하고 대고객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hoon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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