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날갯짓 소리에 반응하는 꽃, 꿀 생산 늘었다

꿀벌이 날갯짓하면서 내는 윙윙 소리만으로 식물이 꿀 생산량을 늘리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프란체스카 바르베로 이탈리아 토리노대 동물학과 교수팀과 스페인, 호주 국제 공동연구팀은 꿀벌이 꽃에 접근할 때 내는 소리가 식물의 꿀 생산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연구결과를 21일 '제188회 미국 음향학회'에 발표했다.
꿀벌이나 나비, 나방과 일부 새와 박쥐 등 식물의 수분을 돕는 생물체를 수분 매개자라고 한다. 식물이 수분 매개자를 유인하기 위해 진화한 사례로 꽃잎의 색이나 꽃향기 등 주로 시각적·후각적 신호가 주로 연구됐다. 수분 매개자들이 꽃에 접근할 때 내는 다양한 소리가 식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꽃식물인 금어초(학명 Antirrhinum litigiousum) 근처에 녹음기를 설치해 붉은달팽이껍데기벌(학명 Rhodanthidium sticticum)이 내는 소리를 녹음했다. 빈 달팽이껍데기에 서식처를 만드는 습성이 있는 꿀벌이다. 이후 꿀벌 없이 소리만 재생하며 금어초의 반응을 분석했다.

그 결과 금어초 꽃에서 나오는 당분과 꿀의 양이 증가했다. 소리 자극이 식물 내에서 당분 운반과 꿀 생산을 조절하는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꿀 생산량 증가는 꿀벌이 꽃에 머무는 시간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바르베로 교수는 "수분 매개체를 진동음으로 식별하는 능력은 식물의 적응 전략일 수 있다"며 "수분 매개자의 행동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면 식물의 번식 성공률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꿀벌이 내는 소리가 식물의 반응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반대로 식물이 내는 소리가 꿀벌 등 수분 매개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바르베로 교수는 "만약 식물이 내는 소리가 수분 매개자를 유인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경제적 가치가 있는 식물이나 작물의 수분 매개자를 유인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꿀벌 외 다른 수분 매개자의 소리에 대한 금어초의 반응을 분석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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