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C] '똘똘한 한 채'의 굴레

신지후 2025. 5. 22. 04: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똘똘한 한 채, 똘똘한 한 채, 똘똘한 한 채 요즘 건설·부동산업계를 취재하며 가장 많이 듣는 얘기를 꼽자면 단연코 이거다.

값이 적당한 여러 주택에 투자해 어렵사리 수익을 보느니 수익률이 보장되는 단 한 채에 자금을 쏟는 게 낫다는, 요즘 부동산시장의 '진리' 같은 전략이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18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용산과 마포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똘똘한 한 채, 똘똘한 한 채, 똘똘한 한 채… 요즘 건설·부동산업계를 취재하며 가장 많이 듣는 얘기를 꼽자면 단연코 이거다. 값이 적당한 여러 주택에 투자해 어렵사리 수익을 보느니 수익률이 보장되는 단 한 채에 자금을 쏟는 게 낫다는, 요즘 부동산시장의 '진리' 같은 전략이다. 토지거래허가제 같은 강력한 규제가 나와도 연신 매매가 100억 원 이상을 찍는 압구정 재건축 예정 단지의 사례는 이 공식이 얼마나 강력하게 작용하는지 여실히 증명한다.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되고 평균 집값도 오르자 시장은 똘똘한 한 채의 굴레에 갇히기 시작했다. 수요자로서는 교통 여건, 준공 연도, 학군, 주변 상권부터 아파트 브랜드까지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어떻게든 서울로, 무리해서라도 강남으로, 강남권이 안 된다면 '강남 옆세권'이라도 입성하는 게 수많은 직장인의 목표다. 한편에선 '영끌'의 비극이 시작됐는데 강남권에선 매물이 없어 못 파는 단지가 줄을 잇는다.

이 굴레에서 살아남으려는 공급자들도 골머리를 앓는다. 지방은 사업에 뛰어들자마자 미분양부터 걱정해야 한다. '완판'이 안 됐다는 성적표를 받아든 지 한참 후에도 미분양 물량이 줄지 않아 '매매 시 현금 페이백'을 내거는 단지들도 생겨났다. 웬만한 입지가 아니면 서울이라도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다가도, 강남권 핵심지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서라면 100억 원대 수주전에 비방전도 불사한다.

굴레가 모두의 목을 옥죄는 사이 곳곳에서 들려오는 비명은 심상찮다. 영끌족의 빚 상환 능력이 떨어지자 이들의 주거지가 임의경매 매물로 쏟아지고, 연체된 주택담보대출의 채무조정 규모도 급증하는 추세다. 부동산 투자 실패로 파산한 3040세대 여럿이 회생법원 앞을 채우는 일도 더 이상 낯설지만은 않은 풍경이다. 깐깐해진 수요자 입맛 맞추기에 실패한 건설사·시행사들은 부도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업계 한 원로는 "상황이 복잡해질 만큼 복잡해졌다"고 한탄했다. 수요자 눈높이가 높아져 시장의 초양극화는 극심해지는데 마땅한 해결책은 찾기 어려운 현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미 월급 절반 이상을 집 대출 갚기에 쓰는데도 다음 '갈아타기'를 위해 골몰하는 청년이 이렇게 많은 게 평범한 현상은 아니다"라는 진단도 뼈아프다.

유독 이번 대선에서 부동산 공약이 돋보이지 않는 건 우려를 키우는 또 다른 요소다. 정치적 부담 때문이든 너무 복잡한 난제라 판단했든, 대선이 끝나더라도 한참 헤맬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어서다. 가뜩이나 공사비 급증으로 인한 분양가 상승과 공급 급감 등 똘똘한 한 채 현상을 강화한 요인만 줄 서 있다. 정권 교체로 혼란한 사이 왜곡이 거듭되지 않도록 새 정부는 지체 없이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며, 다각도의 분석으로 명확한 해법을 내놔야만 한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