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기

김지나 2025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당선자 2025. 5. 22.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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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도 모르는 문제가 있어요?” 모르는 문제에 대해서 모른다고 솔직하게 답하면 어린이는 눈이 동그래지면서 정말로 신기하다는 표정과 목소리로 되묻는다. 그런 어린이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모든 것을 다 알 것이라고 생각해 줘서 고맙다가도 이내 부끄러워진다. 이왕이면 아는 게 많은 어른, 모르는 문제가 없는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었으니 말이다.

“그럼~ 선생님도 모르는 게 있지. 그러니까 지금부터 우리 이 문제를 같이 풀어볼까?”, “선생님도 모르는 문제를 너는 지금 열심히 풀어내고 있는 거야, 대단하지 않아?”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나서 덧붙이는 말들이다. 자칫 변명같이 들릴 수도 있는 이 말을 어린이가 어떻게 들을까 걱정이 되면서도 막상 어린이의 표정을 보면 생각보다 진지하게 들어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는 시키지 않았는데도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읽어본다. 우리가 ‘함께’ 풀어보자고 말해서인지 문제를 읽으며 직접 설명을 해주는 어린이도 있다. 어디까지는 알겠는데 어디부터는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거나, 이렇게 풀어 보았는데 맞게 풀고 있냐는 식이다. 그러면 나는 자세를 고쳐 앉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 문제는 더 이상 어린이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고 우리는 지금부터 이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세대 ‘차이’도 세대 ‘갈등’도 모두 존재하는 것이다. 없애고 싶다고 없앨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가 지금 당장은 어린이와 어른이라는 수직적인 관계로만 보이지만 크고 넓게 보면 우리는 동료다. 좋든 싫든 이 세계를 함께 살아가야 한다. 그러므로 동료와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는 좋은 경험치를 여러 겹으로 쌓아 둔다면, 어떤 갈등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일어나더라도 조금은 덜 아플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했을 때 느꼈던 부끄러움이 아니라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함으로써 함께 문제를 풀어낸 일에 방점을 찍는다. 엎치락뒤치락보다는 오손도손에 가까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잊지 않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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