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 이겨낸 강원산림, 전국 사방사업 길잡이 되다

최현정 2025. 5. 2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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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녹화기록물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 등재] 9. 강원도형 사방사업
2000년대 대형 산불·태풍 재난 잇따라
토사유출·침식·산사태 등 2차 피해 심각
지형 맞춤형 산림 복구·재해 예방 절실
강원도 사방사업 담당 장상기·박규원
그리드 댐·통나무 골막이 공법 등 개발
돌·모래 등 침식물 억제 계류 정비 성과
자체 공법 전국 확산, 피해 감소 기여

강원도는 산림 면적이 넓은 만큼 재난·재해가 잦았다. 1996년 고성 산불, 2000년 동해안 산불, 2005년 양양 산불, 2019년 고성-속초 산불 등 2000년대 들어 대형 산불이 지속적으로 일어났고, 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태풍 매미, 2006년 7월 집중 호우 등 수해로 인한 피해도 컸다. 타 시·도에 비해 산지 경사가 급하고 계곡이 짧은 탓에 산사태 등 2차 피해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 때문에 강원도 지형에 맞는 산림 복구와 재해 예방은 필수 과제가 됐다. 1, 2차 치산녹화의 사방사업이 해방 후 전쟁으로 황폐해진 땅을 복구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3차 치산녹화의 사방사업은 재해로 인해 망가진 산림을 복구하고 예방하는 게 주된 과제였다. 재난이 많았던 탓에 강원도에서 자체 개발한 공법들은 산림청을 통해 전국 사방사업의 표준 모델이 되기도 했다.

▲ 강원도에서 수해 방지를 위해 지형과 특성에 맞는 공법으로 개발한 그리드 댐(왼쪽 사진)과 버트레스 댐. 장상기 위원 제공

■ 전국 표준 모델이 된 강원도형 사방댐

2000년대 들어 대형 산불, 집중호우, 태풍 등 각종 재난이 강원도를 덮쳤다. 강원도는 급경사지가 많을 뿐 아니라 토지가 화강암과 편마암으로 구성돼있어 집중호우 등 재해가 한 번이라도 일어나면 토사 유출, 침식으로 인한 2차 피해가 심각했다. 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태풍 매미, 2006년 7월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 피해 면적만 1629㏊로, 산림 피해액은 17조9115억원에 달했다. 강원도 지형과 특성에 맞는 공법을 개발하는 게 시급했다.

전 강원도청 사방사업 담당자였던 장상기 한국치산기술협회 전문위원은 ‘강원도형 산림복구공법’ 중 하나인 버트레스(Buttress) 댐과 그리드(Grid) 댐을 전국 최초로 개발한 핵심 인물 중 한 사람이다. 장 위원은 1979년 강원도청 임업직 공무원으로 들어와 25년간 사방업무를 담당한 사방 전문가다. 화천, 인제 등 도내 사방관리소와 강원도청 사방 담당자를 거쳤고, 2006년부터 2011년까지는 본격적인 사방댐 관련 공법을 개발했다.

당시 강원도는 침식과 토사 유출이 심해 홍수가 나기만 하면 인근 농경지가 망가진 탓에 계류 정비를 해야 했다. 이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 개발된 게 사방댐이다. 사방댐은 돌, 자갈, 모래, 흙 등 침식물질을 억제하기 위해 계류에 설치하는 장벽을 말한다. 콘크리트 사방댐은 1980년대에 이미 개발됐으나 중압감이 없고 산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하는 방식이라 환경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환경적이면서 튼튼한 댐을 개발하는 것이 과제였다.

더욱이 2000년도는 영서지역의 수해 피해가 심각해 사방 관리자들이 예방법에 고심할 때였다. 이에 장 위원은 일본 선진지 견학을 다녀오며 사온 사방 관련 서적들을 살펴보기 시작했고, 그 중 몇 가지 기술을 우리나라에 맞게 도입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했다. 장 위원은 “당시 홍천 쪽에 수해가 심해서 고민하다가 만들게 됐다”며 “철강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녹이 슬어 부식되면 안 되니까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을 찾아가 도금하는 것도 협의하고, 구조 기술사에게 안정성 검토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버트레스 댐은 토석과 유목 등 산사태로 인해 떠내려온 물질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고, 물과 물고기들만 빠져나갈 수 있게 한 방식으로, 튼튼하고 친환경적이라 이후 산림청에서 이를 본떠 표준 모델을 만들었다. 그리드(Grid)댐도 장 위원이 강원대학교와 함께 최초로 개발해 전국으로 퍼지게 됐다.

▲박규원(왼쪽) 한국산림녹화유네스코등재추진위원.장상기 한국치산기술협회 전문위원

■ 힘들었지만 보람이 컸다

박규원 한국산림녹화 유네스코등재추진위원도 10년 가까이 강원도 사방 공무원으로 근무한 베테랑이다. 그 역시 사방 담당자로 근무할 당시 ‘통나무 골막이 공법’을 개발해 제24회 사방사업 전국 연찬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1994년 당시 일본이 해당 공법을 이용하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에 맞게 적용해 강원도 고성 토성면의 산에 직접 시범 사방을 했다. 산불이 났던 자리에 있던 통나무를 베어 재활용해 소규모 댐을 만들었다. 통나무 골막이공법은 통나무를 활용해 산에서 토사석이 내려오지 못하게 막는 기술을 말한다. 이처럼 강원도 공무원들은 각종 재해를 막고 복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사람을 동원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박 위원은 “우리야 깊은 산골짜기에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어도 복구작업을 하는데, 인부들은 그렇지 않으니 사람 동원하는 게 참 어려웠다”며 “산골짜기 깊은 곳에 텐트를 치고 삼시 세끼 해결하면서 몇 날 며칠 일을 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힘든 만큼 보람도 컸다. 박 위원은 “강원도는 급경사지가 많아 수많은 산사태·자연재해가 발생했는데, 우리가 자체 개발한 공법으로 복구·예방을 해서 많은 피해를 줄인 것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며 “물론 농경지나 가옥에 전혀 피해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사방사업을 통해 미리 예방을 한 덕에 이전보다 피해가 많이 줄었다”고 했다. 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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