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풍 우려되는 트럼프의 대중 반도체 견제[아침을 열며]

2025. 5. 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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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과 다른 트럼프의 전략
美반도체 산업에 부정적 영향
보호무역, 혁신 리더십에 역행
17일 미국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에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가운데) 부통령,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ㆍ제조업 정책국장이 참석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추진하는 관세 정책은 미국을 상대로 큰 폭의 무역 흑자를 기록해 왔던 나라들이 타깃이다. 미국의 이웃국가인 멕시코나 캐나다는 물론, 한국 일본 대만 그리고 중국 같은 동아시아 국가도 포함된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흑자는 제조업과 첨단산업에서 비롯된 것인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대해 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려 한다. 1차적으로는 무역적자 축소를 위함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첨단 제조업을 되찾아오겠다는 복안이 깔려 있다.

이 계획의 설계자 중에는 트럼프 2기 정부의 통상-제조업 담당 고문인 피터 나바로가 있다. 트럼프 1기에서 나바로의 상관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였고, 그도 강력한 대중 견제를 주장했다. 즉, 트럼프 1, 2기를 관통하는 통상-제조업 전략의 핵심은 대중 견제이다. 라이트하이저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목전에 둔 1999년, 중국의 경제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가입을 막아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트럼프 1기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맡으면서 실제로 대중 무역 및 기술 제재 정책을 실행에 옮겼다. 라이트하이저에 이어 나바로가 설계한 대중 견제 정책은 트럼프 2기 정부에서 120%가 넘는 고관세율 관세 장벽으로 변신했다.

미국 정부의 대중 견제는 특히 반도체-인공지능(AI)으로 이어지는 첨단 기술 견제와 맞물려 있다. 조 바이든 정부에서는 이를 위해 비관세 장벽을 활용했다. 2022년 통과된 칩스법으로 자국 반도체 업계에 보조금을 주고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해서는 기술 규제를 맞춤형으로 시행, 미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간을 벌었다. 특히 한국 일본 같은 동맹국, 대만 같은 동아시아 지역 협력국, 독일 영국 네덜란드 같은 전통적 유럽 우방국이자 반도체 공급망 핵심 국가들을 규합해 중국을 포위하는 방식으로 전략적으로 이뤄졌다. 이런 정책은 중국에서 10나노 이하급 최선단 공정 및 AI 반도체 성능 발전을 늦췄고, 차세대 트랜지스터 기술을 견제하는 등 다방면으로 중국 반도체 및 AI 기술 성장 통제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트럼프 정부의 대중 반도체 견제 정책은 관세 장벽에 더 의존한다. 단기적으로는 중국 반도체 수입 견제 효과를 유도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반도체 제조업을 되찾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고율 관세로 미국 내 물가가 폭등하고, 그에 비례해 제조업 전반의 고비용 구조가 고착화되며, 반도체 제조업에 필수적인 전력-용수-도로 등의 인프라 개선은 더뎌지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1기나 바이든 정부 초기와는 달리, 중국은 반도체-AI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상당 부분 내재화했고, 역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참여하는 국가와 업체들을 중국 내로 포함시키는 맞불작전을 펼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즉 대중 관세장벽의 역효과가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같은 첨단산업 분야는 관세 정책보다는 자유무역 기조하에 맞춤형 산업 정책이 더 효과적임이 최근 10년간 여러 국가에서 드러나고 있다. 미국도 장기적으로는 이런 방향으로 회귀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당분간 지속될 고율 관세 장벽은 미국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안보적 가치가 우선시되는 지금의 반도체-AI 기술 안보시대에서는 밸류체인의 가치 상승을 이끄는 혁신이 중요하다. 혁신의 리더십을 지키려면 관세 같은 보호무역주의 수단이 아닌 기술과 효율에 초점을 맞추는 내재적 수단, 협력적 방법이 결국 답이 될 수밖에 없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성균관대 공과대학 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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