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평생 듣던 명령어 '찾아!'…은퇴 탐지견들, 이젠 '행복 찾아!'
[앵커]
냄새만으로 숨겨진 마약을 찾아내는 마약탐지견들도 나이가 차면 현장에서 은퇴합니다.
이들 역시 사람과 마찬가지로 은퇴 이후의 삶이 고민이라는데,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이곳은 탐지견훈련센터입니다.
컨베이어 벨트에 여행 가방도 놓였습니다.
바로 이곳에 훈련용 마약 코카인을 숨겨놨습니다.
신참 탐지견 '오웬'이 들어섭니다.
[안희찬/탐지견훈련센터 주무관 (오웬 핸들러) : 오웬은 에이스라고 볼 수 있죠. 장차 크게 될 친구.]
'찾아!'라는 명령에, 카메라로 향하는 오웬.
가방을 빠르게 훑습니다.
[안희찬/탐지견훈련센터 주무관 (오웬 핸들러) : 찾아! 옳지.]
오웬이 지목한 가방을 열어보니, 훈련용 코카인이 있습니다.
[안희찬/탐지견훈련센터 주무관 (오웬 핸들러) : 사람이 엑스레이로 못 보고, 냄새로 찾을 수 없잖아요. 그런데 강아지는 거의 1만배 가까운 후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관세청 소속 마약탐지견 90여 마리.
이곳에서 훈련을 받고 전국 공항과 항만에 투입됩니다.
탐지견 '칼리'의 임무는 특송물류센터에서 마약을 찾는 겁니다.
칼리가 택배상자 수백 개를 일일이 확인하는 시간은 10분도 안 걸립니다.
[김기열/인천공항본부세관 주무관 (칼리 핸들러) : 저희들도 그만큼 탐지하기 어렵습니다, 솔직히. 마약탐지견과 함께 근무하면서 늘 고맙죠. 같은 동료로서…]
사람을 위해 길게는 10년 가까이 일하는 탐지견들.
나이가 들거나 병이 생겨 탐지 능력이 떨어지면 은퇴합니다.
민간에 분양 공고를 올려 새 가족을 찾아줍니다.
올해 은퇴한 베테랑 탐지견 '알렉스'는 사회화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이동훈/탐지견훈련센터 주무관 (알렉스 핸들러) : 그만 먹어. 오늘 왜 이렇게 풀을 먹냐.]
'찾아!' 대신 '앉아!' 훈련, 그런데 이미 알고 있습니다.
마약을 찾는 훈련이 몸에 뱄기 때문입니다.
[이동훈/탐지견훈련센터 주무관 (알렉스 핸들러) : 이리와, 알렉스. {아직 '앉아'라고 안 하시지 않았어요?} 알렉스 훈련할 때 이렇게 하면 마약 찾기 전에 자기가 앉아요. 앉은 다음에 '찾아' 하면 개가 움직이기 시작하거든요. '앉아'가 습관처럼 돼서…자동 탑재됐습니다.]
동료는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이동훈/탐지견훈련센터 주무관 (알렉스 핸들러) : 이리와, 알렉스. 그만 먹어. 자꾸 풀을 먹냐. 이리와. 앉아주세요, 제발. {이제는 헤어질 시간이네요.} 서운하죠. 제가 사실 데려가고 싶은데 여건이 안 돼서 못 데려가니까. 좋아하는 인형이 하나 있어요. 고래 인형이 하나 있는데…엊그제 갖고 놀다 찢어버렸어요. {새 고래 인형 사주실 거예요?} 새 고래 인형. 네, 사줄게요.]
알렉스와 은퇴 동기인 '하람이'는 벌써 개인기도 배웠습니다.
[신단비/탐지견훈련센터 실무관 : 나라를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일했던 아이들이니까. 고마운 만큼 좋은 가정에 가서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이 제일 큰 것 같아요. 하람이 빵! 굿. 옳지.]
알렉스, 하람이를 포함해 최근 은퇴한 관세청 탐지견은 13마리.
이 중 12마리가 분양 공고에 올랐습니다.
딱 1마리, 실력이 출중했던 '유로'는 입양 대상에서 일단 빠졌습니다.
수술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김동영/탐지견훈련센터 실무관 : 비장에 종양이 있다고… 사람을 위해 항상 희생을 하면서 대견한 마음이 들고.]
유로는 '일 중독자'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관세청 안에서 이른바 '에이스 탐지견'이었습니다.
2년 전엔 건강기능식품으로 위장된 국제 소포에서 대마초 31갑을 찾는 공을 세웠습니다.
이렇게 동물을 활용한 행정이 늘어나면서 은퇴 후를 위한 지원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옵니다.
진료비, 사료비, 장례비를 일부 할인하는 제도가 있지만 특정 병원이나 업체를 통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 제약이 많습니다.
마약탐지견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찾아'라고 합니다.
사람에 의해 또 사람을 위해 평생을 일한 이 친구들이 누군가의 반려견으로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에도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작가 유승민 / VJ 김진형 / 영상편집 홍여울 / 취재지원 권현서]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준석 측 "친윤, '당권 줄 테니 단일화하자'며 연락" 폭로 | JTBC 뉴스
- 윤 전 대통령, 파면 후 첫 공개 행보...'부정선거 의혹' 다큐 관람 | JTBC 뉴스
- [오! 대선] 이재명 이번엔 "아리가또"…김문수에 '구주와 사퇴' 묻자 "누가?" | JTBC 뉴스
- [단독] 윤석열, 노타이로 지통실 입장…그날 'CCTV 장면' 입수 | JTBC 뉴스
- [단독] '건진 샤넬백' 김건희 수행비서가 교환…구매자는 '통일교 본부장 처제' | JTBC 뉴스
- [단독] 도이치 재수사팀도 '김건희 휴대폰' 영장집행…첫 강제수사 | JTBC 뉴스
- 김용태 "김건희 과거 행위 사과"하며…또다시 "배우자 검증하자" | JTBC 뉴스
- [오! 대선] '김문수 이름' 없는 옷 입고…한동훈 "저를 외치지 마십쇼" | JTBC 뉴스
- [단독] 통일교 선물 뒤 '김건희-건진' 통화…2번 다 '여사가 먼저' | JTBC 뉴스
- '부정선거' 영화 관람한 윤…'계엄 선포' 장면 나오자 박수가 | JTBC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