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라만상] 농촌 치유관광, 농업과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다

"이제는 쉬는 것도 계획이 필요한 시대다."
디지털 피로, 정서적 고립, 만성 스트레스는 더 이상 특정 계층의 문제가 아니다. 회복은 누구에게나 필수적인 과제가 되었고, 많은 이들이 그 해답을 자연과 관계의 회복 속에서 찾고 있다. 바로 그 지점에서 농촌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농촌 치유관광은 단순한 체험형 관광을 넘어선다. 자연, 먹거리, 사람, 그리고 느린 일상이 어우러져 도시민에게 회복의 시간을 제공하는 통합적 경험이다. 흙을 만지고, 논길을 걷고, 계절에 따라 수확한 식재료로 차린 한 끼 식사에서 위로를 받는 시간. 이러한 일상 속 경험은 도시에서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농촌 고유의 자산이다.
농촌 치유관광은 감성적 체험을 넘어서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회복하는 실행 전략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지금 농촌은 고령화, 인구감소, 소득 정체, 인력 부족, 공동체 해체 등 복합적인 구조 위기를 동시에 겪고 있다.
농촌은 더 이상 단순한 휴식공간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하고 실현해야 할 대상이다. 이 가운데 농촌 치유관광은 세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첫째, 농외소득 기반 확보다. 영농 수입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치유관광은 지역 주민에게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여성, 고령자, 청년 인력에게 적합한 소득 모델이 될 수 있다.
둘째, 공익적 가치와 정책 연계다. 치유관광은 건강 증진, 정서 회복, 공동체 재생 등 다양한 공익 기능을 포함한다. 보건·복지·농정 분야와 연계해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농촌 공공성 확대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
셋째, 지속가능한 지역 생태경제 실현이다. 치유관광은 로컬푸드 소비, 탄소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여행, 공동체 중심 운영 등 지속가능 관광의 핵심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농촌 경제를 소비 중심에서 지역 순환형 구조로 전환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효과를 현실화하려면 이벤트성 체험이나 형식적인 프로그램을 넘어서야 한다. 지역의 정체성이 녹아든 콘텐츠, 즉 '진짜 농촌다운 프로그램'이 핵심이다. 치유는 외부인을 위한 서비스이자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주민에게도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해야 한다.
2018년 유엔 경제사회국 인구국이 발표한 '세계 도시화 전망'에 따르면 2050년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68%가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밀한 도시, 고립된 관계, 단절 속에서 사람들은 자연, 관계, 공간의 회복을 점점 더 간절히 갈망하게 될 것이다. 농촌은 그 요구에 응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실질적 기반이다.
농촌 치유관광은 사람을 회복시키는 동시에 농업과 지역사회의 미래를 설계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 이제는 감성중심의 접근을 넘어서 지역주도와 정부지원이 맞물린 실행중심 정책, 중장기 투자와 제도화된 지원체계 구축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농촌이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 살아 있는 경제·사회 시스템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지금 이 흐름을 구조화하고 정책으로 정착시킬 구체적인 실행이 반드시 필요하다.
치유관광은 농촌을 살리는 해법이자 우리 사회 전체의 회복과 전환을 가능하게 할 중요한 미래 전략이 될 것이다.
고은주 농협중앙회 안성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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