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영화 관람에 쏟아진 속보·단순 중계 보도 문제 있다

윤유경 기자 2025. 5. 2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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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면 후 첫 공개 행보에 쏟아진 언론의 관심..."내란 범죄 정당화 행태, 언론이 '관람행사 중계'하듯 보도" 내란 피의자 영향력 키워주는 언론?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 관람을 마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을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나타났다. 파면된 전직 대통령의 첫 공개 행보라는 의미를 부여해 쏟아진 속보성, 단순 중계식 보도가 쏟아지면서 내란 피의자의 영향력을 키워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부정선거론을 빌미로 비상계엄을 자행한 윤 전 대통령이 본인 범죄를 정당화하는 행보라는 점에서 비판적 보도가 요구된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동대문구 한 영화관을 찾아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했다. 해당 영화는 이영돈 PD와 한국사 강사 출신 유튜버 전한길씨가 제작·기획한 영화이다. 경호원을 대동하고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상영 전후로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등장에 당장 '속보'를 붙인 기사와 단순 중계식 보도가 쏟아졌다. 매일경제 <[속보] 윤석열 전 대통령, 다큐 영화 관람…제목은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 경향신문 <[속보] 윤석열, 대선 13일 앞 '부정선거' 주제 영화 관람···전한길 동행>, 한국경제신문 <[속보] 尹, '부정선거 다큐' 상영관 도착…파면 이후 첫 공개행보> 등 윤 전 대통령이 영화관을 찾은 오전 대다수 언론에서 이를 '속보'를 붙여 보도했다. 채널A, 문화일보, 더팩트, 연합뉴스TV 등은 유튜브 채널로 현장을 실시간 생중계했다.

▲ 문화일보 유튜브 채널, 윤석열 전 대통령, 전한길과 부정선거 음모론 다룬 영화 관람 라이브 영상 갈무리.

이를 두고 내란 혐의 피의자인 윤 전 대통령의 의도적 행보에 언론이 영향력을 넓혀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21일 미디어오늘에 “네이버에 관련 보도가 약 400건이 넘는다. '속보'까지 달아 일거수일투족을 연예인 행사 수준으로 단순 전달하는 동정보도량이 너무 많다”며 “기사들만 보면 파면된 전직 대통령이 맞는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피의자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일방적 기사들”이라고 지적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도 같은 날 미디어오늘에 “윤석열의 신분을 언론사에서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그는) 파면된 전임 대통령”이라며 “물론 온전한 자연인이라고 이야기하기 어렵고 여전히 정치권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언론이라면 더더욱 그 자체가 잘못됐다고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권 처장은 “자칫 윤석열 자신이 언론을 통해 '존재감' 내지 '영향력'을 확인하게 만드는 기사는 이제 계엄을 넘어 새로운 민주사회로 다시 거듭나야 하는 한국 사회에 좋은 기사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하고 영화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더욱이 이 영화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다뤘다. 부정선거 음모론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동기 중 하나로, 이번 영화 관람은 본인의 범죄를 정당화하는 노골적 행보다. 신미희 처장은 “위법적 주장을 담고 있는 부적절한 내용으로 언론의 비판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내란 우두머리가 이 영화를 관람하는 건 사실상 정치행위다. 부정선거론을 빌미로 내란을 일으켰던 범죄를 정당화해주는 행태에 언론이 '관람행사 중계'하듯 동정보도를 쏟아내는 건 범죄 세탁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은 현장에서 따로 발언을 내놓진 않았다. 대신 일부 언론은 전한길씨와 이영돈 PD의 주장을 제목으로 인용했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언론 중에서도 한겨레 <윤석열, 전한길과 '부정선거' 영화 본다…“공명선거에 도움”>, 오마이뉴스 <윤석열, '부정선거 영화' 관람…이영돈 “이번 대선도 조작 확신, 불복운동”> 같은 보도가 나왔다.

신 처장은 “보수·진보 성향 언론 할 것 없이 너도나도 행보 쫓는 동정보도 식으로 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순택 처장도 “전한길과 이영돈을 부정선거론을 통해 이득을 얻고자하는 부류로 읽는다면, 그들의 발언을 그대로 전달하면 언론이 그들의 욕망을 채우는 스피커 역할로 기능하게 된다. 그들 말을 그대로 받아 쓴 언론이 정말 그러길 바라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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