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구호품 미끼로 아사 위기 가자주민 강제이동 추진...전쟁범죄"

국제사회 비난과 압박에 이스라엘이 봉쇄 약 세 달 만에 가자지구에 구호 물품을 들여보내기로 했지만, 터무니없이 부족한 규모에 전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혼란이 커지고 있다. 유엔은 오히려 이스라엘이 구호품을 빌미로 가자지구에서 주민들을 대거 몰아내려는 작전을 꾀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옌스 라에르케 유엔 인도주의사무국(OCHA)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브리핑을 열고 "화요일 오후까지 구호물품 트럭은 겨우 5대만 가자지구에 도착했으며, 심지어 그조차 배포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스라엘 당국은 트럭 93대가 가자지구에 들어갔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구호품이 필요한 지역에 전달되진 않은 것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짧은 휴전 이후 공습을 재개하면서 3월부터 가자지구에 대한 모든 물자 반입을 막았다. 장기간 전쟁으로 자급 능력이 사실상 전무해 외부 물자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가자지구 주민 약 200만 명은 아사 위기에 처한 상태다. 톰 플레처 유엔 OCHA 사무차장은 BBC에 "이스라엘이 즉각 지원하지 않는다면 48시간 내 1만4,000명의 영아들이 죽을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이 보낸 100여 대 트럭은 실제 필요한 양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봉쇄 이전 가자지구에는 매일 500대의 트럭이 들어갔고, 유엔은 가가지구의 만성적인 인도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루 600대 트럭이 필요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심지어 이스라엘이 구호물자 전달을 인질 삼아 전쟁 범죄를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필리프 라자리니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 사업기구(UNRWA) 대표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군은 국제 구호단체를 통하는 대신 본인들이 관리하는 가자지구 남부 일부 거점에서 식량을 배분하려고 하고 있는데, 이 제안의 주된 의도는 가자지구 주민들을 남쪽으로 몰아내려는 것"이라며 "주민들이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전쟁으로 파괴된 지역을 강제로 횡단해야 하는 이 계획은 기본적인 인도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난했다. 이스라엘이 인도적 지원을 군사적, 정치적 목적을 위해 도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 압박은 동맹국을 중심으로 점차 거세지고 있다. 20일 영국은 이스라엘과 진행하던 자유무역협상(FTA)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고, 유럽연합(EU)도 이스라엘과의 무역 협정에 대해 재검토할 예정이다. 하루 전에는 영국과 캐나다, 프랑스가 이스라엘에 대해 "가자지구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경우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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