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C 2025] “갈증 유발하는 첨단기술, ‘워터 테크’가 생존의 관건”
목마름은 인간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인공지능(AI) 챗GPT는 인간이 던지는 질문 6개를 답할 때마다 한 잔의 물이 필요하다. AI 구동 과정에서 필요한 데이터센터를 돌릴 때 많은 열이 발생하고, 물로 그 열기를 식혀야 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데이터센터 과열화를 막는 데만 하루 수천t의 물을 쓰고 있다. 기후변화가 야기한 잦은 물 재해도 안정적인 물 확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전 세계 물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물 수요는 매년 1%씩 증가했다. 전통적 물 산업은 댐·보(洑) 같은 사회기반시설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현재는 ‘워터 테크’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 2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6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워터 테크, 기후 위기에 맞서다’ 세션에선 전문가들이 물 산업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공공부문의 역할에 대해 진단하는 시간을 가졌다.

윌리엄 사르니 더 퓨처 오브 워터 펀드(The future of water fund) 총괄책임자는 ‘워터 포지티브’(Water Positive) 개념을 초기에 정립한 인물이다. ‘워터 포지티브’란 기업이 사용한 물보다 더 많은 양의 물을 자연으로 돌려보낸다는 것이다. 그는 “첨단 기술은 필연적으로 갈증을 유발한다”며 “물을 어떻게 친환경적으로 확보하고, 돌려보낼지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첨단기술 기업들의 생존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글로벌 기업의 성장, 국가의 경제 발전, 사회 복지 및 생태계 건강에 대한 부정적 영향으로 인해 물 기술에 대한 투자는 가속화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류는 더 이상 ‘파괴적 성장’을 원하지 않는다”며 “워터 테크를 통해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깨끗하게 다시 돌려보내는 것은 이미 거부할 수 없는 큰 흐름이 됐다”고 설명했다.

세션에 참여한 기업들은 혁신 기술을 개발해도 이를 실증할 여건이 마련돼있지 않는 현실을 지적했다. 황보선애 퍼스트랩 부대표는 ‘집속형 초음파 기술’로 CES 2025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고밀도 마이크로 버블을 이용해 물 내부의 난분해, 인체 잔류성 오염물질을 분해하는 기술이다. 필터나 활성탄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오염물질을 분해해 효율적인 수질 관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을 상용화하기까지 ‘검증’이 큰 걸림돌이 됐다”고했다.
황 부대표는 “신기술은 실증을 통한 검증이 시장화의 핵심 요건”이라며 “기업은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고, 정부는 현장 실증 환경을 제대로 구축해야만 국내 기술이 해외 시장에서 통할 경쟁력이 생긴다”고 했다. “특히 탄소중립, 2차 오염 없는 처리 방식, 비소각 기술 등 미래 지향적 기술에 대해서는 강한 도입 의지를 갖고 실증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상호 블루랩스 대표는 지역에 방치된 폐굴껍데기를 활용해 친환경 수(水)처리 필터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CES 2025에서 글로벌 가전 업체인 메이디그룹과 ‘굴 껍데기 활용 정수 필터 소재’ 공동 개발 협약을 체결하며 해외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정 대표는 “기술을 실증할 여건을 제대로 닦아 놓는 것이 정부가 워터 테크 기업을 육성하는 가장 확실한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시화국가산업단지 인근 수자원공사 하수처리장에서 취수한 오염 원수를 활용해 시제품 성능 테스트를 거쳤고, 주요 중금속 물질의 오염 농도가 현저히 줄어든 것을 확인한 후에야 사업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며 “실증 테스트 자료를 기반으로 CES에 참가했고, 이후 해외 기업들의 반응이 좋아 글로벌 사업도 추진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독자 개발한 기술이라고 해도 수출을 하려면 ‘해외 인증’이 중요한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퍼스트랩과 블루랩스를 세계에 알린 데엔 수자원공사(수공)의 역할이 컸다. 수공은 2017년부터 ‘워터 테크 오픈랩’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테스트베드 인프라를 갖춰 기술 상용화를 이끌고 있다.
조은채 수공 신성장전략단 단장은 “워터 테크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술을 포함한 파트너십, 자금 조달 및 재정 지원, 사업 모델 다각화, 공공 정책 등 종합적 혁신이 필요하다”며 “혁신 기술이 개발되더라도 당장은 이를 수용할 충분한 규모의 시장이 존재하기 어렵기에 기술이 사장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조 단장은 “혁신 기술이 완성되고 빠르게 확산할 수 있도록 시장을 디자인하고 활성화해주는 것은 정부와 공공부문의 역할”이라며 “정부가 기술 진흥과 규제 합리화에 발빠르게 나서야만 다른 나라보다 넓은 워터 테크 생태계를 형성하고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토론의 좌장은 박형건 캡쳐(Capture)6 부사장이 맡았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캡쳐6는 해수담수화 등 물을 추출하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서 직접 포집하는 ‘탄소직접공기포집(Direct Air Capture·DAC)' 기술을 기반으로 각국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워터 테크는 아직 기후 테크처럼 대중화된 키워드는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지금이 바로 선점의 시기이고, 기후와 기술이 만나는 녹색성장 시대에 국내 기업들이 세계 전면으로 먼저 치고 나갈 수 있는 적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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