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법관들의 잘못 사과드린다”...국보법 위반 피고인, 42년 만에 재심서 무죄

김나영 기자 2025. 5. 2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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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중앙지법·서울고등법원 청사의 모습./연합뉴스

“지금부터 드리는 말씀은 판결문에 기재되지 않는 이야기들입니다. 저로서는 40여년이 지난 피고인에 관한 수사와 공판 기록, 누렇게 변한 기록들을 보고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겼습니다. 피고인은 오랫동안 구속되고 고문당하면서도 허위 자백이 법원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을 거라고 희망을 가졌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어느 심급에서도 단 한 번 피고인의 호소에 귀 기울여주지 않았습니다. 선배 법관들의 잘못에 대해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앞으로 또 피고인과 같이 억울한 옥살이를 지내는 일들이 없도록 저희 법관들도 업무에 충실하도록 하겠습니다.”

21일 서울고등법원 형사4-2부 권혁중 부장판사는 이같이 말문을 열었다. 42년 전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던 김동현(68)씨의 재심 선고를 앞두고서였다. 이어 권 부장판사는 “원심 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라고 선고했다. 40여 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은 김씨는 손수건을 꺼내 연신 눈물을 훔쳤다.

1980년 성균관대를 다니던 김씨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자작 시집 ‘7월의 반란’을 내는 등 민주화 운동에 가담했다. 이후 안전기획부가 운동에 참여한 대학생들에 대한 수사를 벌이자, 김씨는 망명을 결심하고는 1982년 4월 스웨덴으로 출국했다. 김씨는 주스웨덴 한국대사관 직원의 설득으로 망명을 취소하고 약 한 달 만에 귀국했다. 귀국 후 김씨는 안기부 수사관들에게 영장 없이 체포돼 지하실에 40일간 불법 감금되며 구타와 고문을 당했다. 당시 수사관들은 김씨가 스웨덴에 체류하며 주스웨덴 북한 대사관을 방문했다는 이유로 그를 반공범으로 몰아갔다.

김씨는 1982년 11월 1심에서 징역 10년과 자격정지 10년을 선고받았다. 2심은 김 씨에게 징역 5년, 자격정지 5년을 선고했고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후 시간이 흘러 작년 1월, 김씨는 재심을 청구했고 재판부는 그해 12월 재심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40일간 안기부에 불법구금 돼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하고 극단 선택을 시도할 정도로 심리적 위축 상태였다”라며 “피고인으로서는 다시 안기부로 불려 가 고문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허위 자백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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