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5개월‥유가족 끝내 거리로 나섰다

박형주 기자 2025. 5. 2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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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깊은 슬픔과 상실감 속에 살아
남겨진 이들의 생계와 돌봄 문제 심각
국토부 장관·항공사 대표 등 15명 고소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없어" 분노
15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들이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유가족 협의회 제공

지난해 12월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5개월째를 맞고 있다.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당시 사고의 원인이나 관련 책임자에 대해 처벌했다는 소식은 들려오고 있지 않다. 그러는 사이 남겨진 유가족들의 슬픔과 상실감은 더 커지고 있다. 급기야 참다 못한 유족들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길거리로 나왔다.

▲참혹했던 연말 일요일 아침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 3분,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 외벽과 충돌, 기체가 반파되고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총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하고, 단 2명만이 극적으로 구조되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사망자 대부분은 광주·전남 지역민으로, 희생자들은 무안공항 내 임시 영안실에 안치됐다.

사고 직후 소방당국은 랜딩기어(착륙장치) 고장과 조류 충돌 등 기체 결함 가능성을 포함해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정부는 사고 수습과 구조에 총력을 기울였고, 전남 무안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며 국가애도기간을 지정했다. 국토교통부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조사관과 전문가를 현장에 급파했다.

▲여전히 무안공항 못떠나는 유족들

참사 이후 5개월이 지난 지금, 유가족들은 여전히 깊은 슬픔과 상실감 속에 살아가고 있다. 가족을 한꺼번에 잃은 이들은 설날과 49재를 함께 보내며 서로를 위로하고, 전국적으로 소모임과 총회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유가족 대표 박한신 씨는 "이제는 서로가 또 다른 가족이 되어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남겨진 유가족들은 경제적·심리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여전히 무안공항 2층에는 유가족을 위한 임시 거치소가 마련돼 있고, 홀로 남겨진 유족들은 특히 주말이면 다시 이 곳을 찾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이번 참사는 가족 단위 희생이 많아 미성년 자녀, 장애인, 고령자 등 혼자 남겨진 이들의 생계와 돌봄 문제가 심각한 실정이다.
 

지난 13일 전남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하는 유가족들/유가족협의회 제공

▲"아무런 진전 없어 분노와 실망"

지난 13일, 유가족들은 정부·항공사·공항 관계자 15명을 경찰에 형사 고소했다. 유가족 72명과 광주지방변호사회 제주항공참사 법률지원단은 전남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고소 대상에는 국토부 장관, 제주항공 대표, 서울·부산지방항공청장, 한국공항공사, 무안국제공항 관계자, 정비·안전 담당자, 조류퇴치 및 시설관리 책임자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업무상과실치사상, 항공안전법, 공항시설법, 건설기술진흥법 위반 등 혐의를 받고 있다.

유가족들은 "이번 참사는 예견된 위험에 대한 관리 소홀로 발생한 중대한 시민 재해"라며, 단순한 사고가 아닌 구조적 문제임을 강조했다. 특히 사고 당시 항공기의 조류 충돌 이후 복행(착륙 재시도) 판단, 긴급 착륙까지의 관제 대응, 엔진 정비와 시설 관리, 활주로 끝단 방위각 시설의 규정 위반 설치 등 전반에 대한 수사를 요구했다. 유가족들은 "참사 4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진전이 없어 분노와 절망을 느낀다"며, "포기하지 않고 진실을 밝힐 때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법률지원단은 "국토부 장관은 경영책임자로서 안전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제주항공 대표는 비상 대응과 관리 감독 책임을 방기했다"고 지적했다. 유가족들은 경찰 수사에 적극 참여해 정보 공개와 수사 절차 감시에 나설 방침이다. 참사로 179명이 사망한 이번 사고는 국내 최악의 항공 참사로 기록됐다. 유가족들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이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 주변을 걸으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가두시위를 벌였다/유가족 협의회 제공

▲"20년 전 예견됐다"

지난 17일 '유가족협의회 2기 대표단'이 새롭게 출범했다. 앞서 15일부터는 세종시에 있는 국토교통부 앞에서 집회를 시작했다. 다음주에는 제주항공을 항의방문할 예정이다.

유가족들은 성명서에서 "이 참사는 20년 전 예견됐다"고 주장했다. 무안공항 개항 전인 2004년, 그리고 2007년 사고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둔덕에 대한 보완 요구가 있었으나 묵살됐다는 것이다. 또 "열흘 전에도 예고됐다"고 덧붙였다. '조류충돌 우려'를 논의하는 위원회 회의가 무안공항에서 있었지만 제주항공은 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제주항공은 '조류충돌 대비 훈련'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다며 강하게 성토했다.

유가족들은 이밖에도 ▲해당 기체의 위험과 제주항공의 관리 부실 ▲유가족 무시와 진실 은폐 ▲성의없는 예비보고서 등을 지적했다. 유가족들은 ▲둔덕의 실체를 제대로 밝힐 것 ▲사고조사위원회를 국토부에서 독립시킬 것 ▲교신 내역과 블랙박스 데이터 등 즉시 공개 ▲최종합의를 요구하는 제주항공의 우편물 발송 좌시 않을 것 ▲정비이력·운항기록 등 공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책 담은 특별법 개정 등을 촉구했다.

유가족들은 오는 23일 김포공항에서도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는 사회"라며, 모든 국민이 안전하게 비행기를 탈 수 있는 날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형주 기자 hispen@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