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평] "소통 간극 좁혀 무너진 신뢰 회복"... '소통의 본질' 꿰뚫은 36년차 현장맨 출신 전무에 거는 기대와 우려
(베스트 일레븐=신문로)
BE.는 베스트 일레븐(Best Eleven)의 약자를 딴 리뉴얼 브랜딩으로, '(뭐든) 될 수 있음'을 상징합니다. 베스트 일레븐은 'BE:평'을 통해 가벼이 넘어가선 안 될 국내외 축구계 사건과 현안들에 대한 건강한 비평을 펼치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스포츠인이 말을 짧게 하는 경향이 있다. 대화를 깊게 나갈 수 있는데 단절되는 측면이 있다. 전무로서 다가가 오해를 풀고 이해하겠다."
김승희 대한축구협회 신임 전무이사는 21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신문로 축구회관 2층 다목적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내내 '소통'을 강조했다. 김 전무는 세 가지를 강조했는데, 그중 첫번째가 소통이었다. 현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그 구체적 방법론으로는 '속도보다는 함께', '현장 의견 최대한 수용', '정책적 제의 있는 부분은 끊임없이 현장 설득', '일방향 아닌 쌍방향 소통'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 모든 실행의 대전제로는 대한축구협회가 팬들을 위한 서비스 단체라는 인식하에 업무하는 내부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소통은 어떤 조직이든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지만, 사실 어떤 측면에선 식상한 워딩이기도 하다. 가령 회사에 낼 자기소개서를 쓸 때 너도나도 소통을 강조한다. 자소서만 보면 너도나도 '소통 전문가'라 대한민국엔 오늘날과 같은 갈등과 분열이 일어나면 안 된다. 어쨌든 이처럼 예비 지원자조차 중요성을 아는 게 소통인데, 막상 조직 내부로 들어와 보면 소통이 말처럼 쉽지 않다. 무릇 조직이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집합체이며, 소통은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해야 성립된다. 요컨대 적잖이 듣고, 적잖이 공감하며, 적잖이 대화해야 한다.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면 다 되는 게 소통이 아니다. 때로는 반론도 펼치고, 설득도 시켜가며, 어떤 한 쪽의 이해관계자를 실망키키는 결정을 해야 한다. 이러한 까닭에 누구나 쉽게 뱉을 수 있지만, 쉽게 실행하긴 힘든, 아이러니한 성공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소통'이다.
이처럼 '말은 쉬운' 소통이 화두가 된만큼, 이번 기자간담회에선 관련 질문들이 꼬리를 이었는데, 기대가 됐던 점은 행정과 소통의 본질을 언급한 부분이었다. 김 전무는 '행정'이라는 워딩에서 '소통'으로 사유를 이어 나가며 "'행정'은 '올바르게 펼친다'는 의미다. 그래서 의미가 올바르게 전달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지적한 건 36년간 현장에 있으면서 느꼈던 아쉬움이었다. 그는 "축구인들이 쓰는 단어의 해석이나 어감을 현장에 있었기에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자신에게) 있다. 행정하시는 분들이 부족하단 얘기가 아니다. 해석의 차이, 즉 간극이 있다는 것이다. 축구인들이 해석을 올바르게 전달해 줘야 하는데 미흡한 부분이 있다"라고 현장에서 소통하면서 느꼈던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대목에서 간극에 대한 구체적 사례를 묻는 질문들이 이어졌는데, 이에 김 전무는 "다만 간극이라는 게 해석의 차이가 크다는 게 아니라, 스포츠인들이 말을 짧게 하는 편이 있다. 함축적으로 돌려서 얘기하는 게 익숙하지 않다. 직설적 단어를 많이 쓴다. 대화를 깊게 나갈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단절되는 부분이 있다"라고 답변을 내놓았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는, "현장에서 공감이 되지 않는 부분, 오해를 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 현실적인 운동장 인프라 문제나, 교육부, 문체부와 연결된 부분으로 학원축구에도 많다. 내가 전무로서 다가가서 (간극들을) 잘 해석하고 전달하면, 행정하는 능력 있는 분들이 올바르게 펼쳐지도록 역할을 해내겠다. 그간 어려웠던 점, 팬들 눈높이에 못 맞췄던 점 등이다. 이번에도 짧은 기간 많이 만났는데, 효과가 있다. 신뢰를 쌓아 나가는 중이다. 오해를 풀면 싸울 일도 대화하면서 해결할 수 있지 않나 싶다"라고 제시했다.
소통의 본질에 대해 비교적 잘 짚어낸 점, 그리고 이러한 측면에서 현장에 가장 가까웠던 지도자가 전무로 선임됐다는 점은 고무적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전례를 비춰보면, 소통을 강조해 현장 목소리를 듣겠다는 행정인은 많았다. 아직 부임 초기지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플랜과 해법들이 근간에 나와줘야 하고, 이에 따른 액션 플랜들이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신임 전무가 자립해서 협회 행정을 이끌어 갈 자생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 과제다. 김 전무는 기자간담회서 거듭 '부족함'을 언급했다. 스타플레이어와 국가대표 선수 출신이 아닌 점, 마이너한 음지의 영역, 그중에서도 한곳에서만 오래 해왔다는 점은 그 개인적으로는 컴플렉스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김 전무가 언급했듯, 축구에 대한 오랜 진실된 애정이 실행력으로 이어진다면, 누구보다 왕성한 실행력으로 하나둘씩 결실을 볼 수 있는 부문들이 늘어날 수 있다. 지금은 '행정 초보'로서 이용수 부회장, 상근이사, 신임 본부장 등으로부터 조력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지만, 대내외 행정 업무 등 실무 파악이 된다면 조금 더 주도적으로 추동력을 갖춰 나갈 수 있다. 물론 그 전제조건에 '초보 축구 행정가' 김 전무를 보좌하는 임원진 예하 팔로우십도 충분히 따라줘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 전무는 "팬들은 시속 100km로 달리고 있는데, 단체들이 속도에 못 미친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현장 분들이 능력이 없거나 일을 안 하는 게 아니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놓치는 부분이 있는데, 기대감에 부응하기 위해 논의하겠다"라며, "우려의 시각도, 부족한 부분도 안다. 그렇지만 내 강점은 정직함, 꾸준함이다. 현장에서 도망치지 않고 자신있게 밀고 나가겠다"라고 신임 전무로서의 패기를 보였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힘들다. 그 주체가 초보라면 '기대'보다는 '우려'의 시선이 조금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언어들만으로 잘할지 못할지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김 전무가 현장과의 소통을 강화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회복, 이를 통해 신뢰 회복에 이르겠다고 선언한 만큼 누구나 납득할만한 합리적 기준을 갖고 조금씩 변화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 '우려'는 '기대'로 피어나고, '기대'는 '신뢰'로 돌아온다.

글=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
사진=대한축구협회
축구 미디어 국가대표 - 베스트 일레븐 & 베스트 일레븐 닷컴
저작권자 ⓒ(주)베스트 일레븐.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www.besteleven.com
Copyright © 베스트일레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