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연임 vs 4년 중임”…이재명-김문수의 서로 다른 ‘개헌 열차’ 손익계산서

변문우 기자 2025. 5. 2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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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연임제’에 ‘국회 권한 강화’ 추진…TV토론 전 기습 발표로 ‘역공’ 빌미 차단
金, ‘중임제’와 ‘巨野 견제’로 맞불…‘3년 임기 단축’ 카드로 막판 뒤집기 노려
노무현·박근혜·문재인 등 前 정부서 못 이룬 ‘개헌몽’, 차기 대통령은 실현시킬까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모습. 가운데는 헌법재판소 로고 ⓒ연합뉴스·헌법재판소

1987년 이후 38년 동안 멈춰있던 '개헌 열차'를 거대양당 대선 후보들이 다시금 움직이려는 모습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본인의 임기 단축 없이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안을 내세웠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자신의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넣은 '대통령 4년 중임제' 카드로 맞불을 놓았다. 양측은 '권력구조 개편' 방향부터 '연임-중임' 표현 등 크고 작은 차이점을 놓고 서로 공격하며 '개헌 이슈 주도권'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개헌 띄우기로 노리는 손익은 뚜렷하다. 이 후보는 정치 원로들과 중도층의 개헌 요구를 받아들여 '통합' 메시지를 설파하고, '반(反)이재명 빅텐트'에서 개헌을 고리로 역공할 빌미를 차단해 당선 확률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 김 후보 역시 중도층 포섭은 물론,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범보수 인사들을 빅텐트에 데려올 '명분 다지기용'으로 개헌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정치권의 열띤 관심 속, 이번 개헌 열차는 약 40년 만에 종착점에 다다를 수 있을까.

李는 '범보수 역공' 차단…金은 '빅텐트 명분' 만들기

이 후보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진행된 지난 18일 "대통령의 책임은 강화하고 권한은 분산시키겠다"며 개헌 추진 입장을 전격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3년 전 20대 대선에서 내걸었던 '4년 중임제' 대신 '4년 연임제'로 바뀐 개헌안을 꺼내들었다. 여기엔 대통령 임기 설정을 비롯해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제한 ▲국회의 국무총리 추천 등이 담겼다. 사실상 권력 기관의 권한 분산과 국회 견제권 강화가 핵심 골자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해당 개헌안은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 직접 발표했던 개헌안 내용을 다수 차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4년 연임제'는 문 정부 개헌안에도 연속해서만 두 번 집권 가능하도록 하는 조항을 붙여 포함된 바 있다. 다만 이 후보는 대통령이 직접 개헌안을 발의한 문재인 정부 때와 달리 이번엔 국회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개헌안은 이르면 2026년 지방선거, 늦으면 2028년 국회의원 선거에 국민투표에 부칠 예정이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이 후보의 개헌안 발표 타이밍이 '대선 후보 TV토론' 직전 전략적으로 설정된 점이다. 앞서 이 후보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정대철 헌정회장을 비롯한 정치 원로들의 즉각 개헌 실천 요구에도 "개헌보다 내란 진압이 먼저"라며 '선(先)대선-후(後)개헌' 기조를 공식화해 당 안팎에서 비판받은 바 있다. 이는 범보수 진영의 반이재명 빅텐트가 결집하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런 만큼 향후 예정된 세 차례 TV토론에서 김문수 후보가 이 후보에게 개헌을 고리로 공세를 집중시킬 가능성이 다분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이 후보 측에서 선제적으로 개헌 이슈를 꺼내 상대편의 역공 빌미를 차단한 셈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개헌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이재명 후보가 갑자기 선제적으로 개헌론을 과감하게 제시했다"며 "그러면 더 이상 개헌 관련 불만을 표출할 명분이 사라져버렸다. 이 후보 입장에서도 개헌 요구를 본인이 수렴하는 측면에서 일종의 반전 카드"라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상당수 여론조사 결과에서 이 후보가 과반이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압도적 선두를 달리는 만큼 이번 개헌도 본인 이슈로 가져올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개헌 카드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선대위 전략본부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보수 진영에서 계속 개헌을 주장해도 결국 이 후보가 쏘아 올린 개헌론 중심으로 이슈가 굴러가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정치 원로들은 물론 중도층까지 포섭하는 '수권 정당'과 '통합' 이미지로 외연 확장력을 더욱 높이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실제 정대철 헌정회장은 이 후보의 개헌 구상 발표 직후 헌정회 명의로 적극 환영 의사를 밝혔다. 관련해 민주당 선대위 전략 파트 소속의 한 의원은 "이 후보의 '대통령 권한은 약화시키고 책임은 강화시킨다'는 메시지는 개헌을 요구하는 중도보수층에 상당히 소구력이 있다"며 "또 반대편에서 빅텐트를 추구했던 일부 강성 세력에 대한 포용 및 흡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마디로 이 후보의 대선 압승을 위한 포석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한 맞불 격으로 김문수 후보도 같은 날 본인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포함해 '4년 중임제' 개헌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임기 단축 ▲대통령 4년 중임 직선제 ▲대통령 불소추특권 완전 폐지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의 중립성·독립성 확보 ▲국회의원 불체포·면책특권 완전 폐지 등도 포함됐다.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은 같지만, 현재 민주당이 거대 의석을 점하고 있는 국회 권한까지 견제한 점은 이재명표 개헌안과 큰 차이점이다. 특히 대통령 불소추특권 폐지 약속은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도 겨냥한 대목이다.

취재에 따르면, 김 후보는 이 후보의 개헌 구상 발표 직후 참모들과의 논의를 통해 '본인 임기까지 3년으로 단축하는 안'을 개헌안에 넣기로 최종 확정했다. 당초 권영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추진했던 당 개헌특별위원회에선 임기 단축 내용이 빠져있었다. 김 후보도 본인이 희생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고심을 거듭해오던 중, 이 후보가 개헌 이슈 주도권을 선점하려 하자 곧바로 초강수를 둔 것이다.

결국 김 후보 입장에서도 '이재명 1강(强)' 구도를 흔들고 대반전을 노리려면 본인 희생이 필수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3년 임기 단축은 최근까지 빅텐트 단일화 진통을 겪었던 경쟁자인 한덕수 전 국무총리도 공약 전면에 내세웠던 안이다. 한 전 총리를 선대위로 데려올 명분을 만들고 중도층까지 포섭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취지로 해석된다. 여기에 국회 권한 축소까지 더해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을 동시에 때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시사저널 양선영

金 "연임제, 장기집권 포석" vs 李측 "논리 안 맞아"

국회 권한 개편 방향과 함께 두 후보의 개헌안에서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연임'과 '중임' 표현에 있다. 연임제는 대통령이 연속으로 두 번 임기를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로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연속 8년간 집권할 수 있다. 중임제는 대통령이 '두 번' 임기를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으로 연임제와 달리 비연속적이어도 가능하다. 미국에선 현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징검다리 임기를 수행한 대표 사례가 있다.

이를 놓고 양 후보는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김 후보는 이 후보의 '연임' 표현을 놓고 "연임제는 대통령이 2회 재임한 후에는 한 번 쉬고 다시 2회를 재임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 후보가) '연임제'라는 표현 속에 장기 집권의 여지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닌지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이를 악용해 사실상 장기 집권을 이어가고 있는 사례를 우리는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반면 이 후보 측은 전혀 논리에 맞지 않는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윤호중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의 연임제에 대해 "4년 임기 뒤에 한 번 더 재도전할 수 있는 제도를 의미하는 것이지, 쉬었다가 또 하는 방안 등은 포함돼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선대위 전략본부 관계자도 "오히려 재선 연임이 불발되면 더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는 만큼, 이 후보의 연임제는 중임제보다 장기 집권이 더욱 불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양측이 개헌 방향을 놓고 신경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실제 대선 이후 개헌이 이뤄질지 여부는 미지수다. 앞서 1987년 직선제 개헌을 통한 민주화 이후 정치권에서 숱하게 개헌 제안이 나왔지만 아직까지 실현된 적은 없다. 매번 반복된 대선 국면에서 정권 반납을 눈앞에 둔 집권여당이나 불리한 측에선 개헌에 긍정적이고, 반대로 집권을 눈앞에 둔 세력은 개헌에 소극적 모습을 보이면서다.

대통령의 직접 개헌 추진 발표도 소용없었다. 노무현·박근혜 정부 때는 임기 말 인기가 떨어진 대통령이 국면 타개를 위해 개헌을 직접 제안했지만 차기 대선 이슈에 묻힌 바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집권 초 권력의 정점이었던 2018년 3월26일 정부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당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모든 야당이 반대하면서 결국 폐기 처리됐다.

특히 이번 대선의 경우 이듬해 곧바로 지방선거가 예정된 만큼, 정치 기득권으로 분류되는 거대양당에서 개헌 논의를 공전시킬 가능성이 있다. 제3지대 원내 관계자는 "이 후보가 개헌 논의를 국회에 맡기겠다고 했지만 지금처럼 정치 양극화가 극심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질지 모르겠다"며 "특히 정치개혁 뿐만 아니라 그간 묵혀온 각종 개헌 의제들이 테이블에 오를 건데 대화를 통한 조속한 합의는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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