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갈대 같은 회복력 가지려면 '저스트 인 케이스' 대비해야"

"작은 위험을 극복하며 축적한 경험이 결국 큰 위기를 견디는 힘이 된다."
백용호 GK인사이츠 이사장과 마커스 브루너마이어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가 21일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열린 머니투데이방송(MTN) 주최 '글로벌 이슈 2025 K-Resilience 포럼'에서 '한국의 회복탄력성'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백 이사장은 "작은 위험을 극복하며 축적한 경험이 결국 큰 위기를 견디는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크로(micro)한 관점의 회복탄력성이 반드시 매크로(macro) 차원의 회복탄력성으로 변하는 건 아니라는 점은 정책 결정자들이 명심해야 할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또 "특히 어려운 상황에서 모든 경제 주체가 다 잘 나가는 것보다 한계기업이 빨리 퇴출당할 수 있게 하는 게 오히려 바람직할 수 있다는 지적도 깊이 공감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브루너마이어 교수는 "한국의 회복탄력성 억제 요인으로 미국 행정부의 불확실한 정책 수단을 꼽았는데, 한국은 새로운 상황이나 변화에 빨리 대응하는 강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불확실성을 피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경제 주체가 새로운 상황에 빨리 대응하는 적응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국의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한 정책이 한국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며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이 자국의 경제 구조를 조절하거나 대응하면서 적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변화·적응·조정' 이 세 가지를 키워드를 갖고 양자 관계와 협상을 이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사회의 강점에 대해서는 "과거 '금 모으기 운동' 사례처럼 한국의 국민적 단결성과 응집력이 사회적 충격에서 회복하는 데 중요한 힘"이라며 "여러 국가가 양극화를 겪고 있는데, 양극화보다 사회적 단결과 응집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대담에서는 브루너마이너 교수의 저서 '회복탄력 사회'에 언급된 '저스트 인 케이스(Just-in-case)' 전략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브루너마이어 교수는 저서에서 "지금은 '저스트 인 타임(Just-in-time)'보다 만약에 대비한 '저스트 인 케이스'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백 이사장은 "대한민국이 떡갈나무가 아니라 갈대와 같은 회복력을 갖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선 '저스트 인 케이스'에 대비하는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기후변화나 금융위기 등 앞으로 인류를 위협할 케이스가 어떤 것이 있을지, 케이스별로 특수한 전략을 준비해야 할지 지적해달라"고 물었다.
브루너마이어 교수는 "다양한 어려움에 맞서 전세계가 공동의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며 "글로벌 공급망 위기의 경우에도 각국이 각개전투를 하는 것보다는 여러 곳에서 멀티소싱을 하는 등 공동의 대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일례로 AI 발전은 큰 기회를 가져오지만 위기를 부를 수도 있다"며 "최대한 기회를 활용하고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선 AI와 관련한 규제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계가 힘을 합치는 과정에서 혁신의 선두주자인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백 이사장은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공급망 재편 등 새로운 세계 질서 상황에서 한국의 위치를 묻는 질문에 "한국의 기본적인 외교 전략은 한미를 축으로 시장 경제와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라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중국과의 경제 관계나 러시아와의 관계도 도외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어 "신정부의 외교 정책은 변화가 있을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한미 관계를 최우선시하면서 현실적인 차원에서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모색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그렇게 해야만 대한민국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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