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서 맞는 두 번째 여름…500일 농성 박정혜씨 “닛토덴코 고용승계하라”

전종휘 기자 2025. 5. 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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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 고용승계 요구 1년 넘게 ‘모르쇠’
권영국, 지난 20일 찾아 물망초 건네
박정혜씨가 지난 5월12일 경북 구미시 한국옵티칼하이테크공장 고공농성장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조합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씨는 21일로 농성 500일을 맞았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기상청 관측 이래 5월의 아침 기온이 가장 높았던 21일, 해고자 박정혜씨는 경북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옥상에서 500번째 아침을 맞았다. 그나마 낮엔 구름이 끼어 나았지만, 낮 동안 달아오른 콘크리트 바닥이 내뿜는 열기는 안 그래도 지친 노동자를 더욱 힘들게 했다. 박씨는 한겨레에 “너무 더워 텐트 안에 못 있고 밖에 나와 옥상을 서성이고 있다”며 “바람이라도 살랑살랑 불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8일 농성에 돌입한 뒤 두 번째 여름이 엄습하고 있다. 하지만 더 두려운 건 고용 승계를 끈질기게 거부하는 옵티칼하이테크 모기업인 일본계 닛토덴코다.

옵티칼하이테크는 외국 투자기업 유치 명분으로 2004년에 50년 토지 무상 임대, 법인세 등 감면 혜택을 받고 들어와 엘지(LG) 등 대기업에 엘시디(LCD) 모니터 등에 들어가는 편광필름을 납품해왔다. 2022년 공장에 난 큰불로 다 타버린 뒤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 193명을 명예퇴직으로 내보내고 이에 저항한 노동자 17명을 정리해고했다.

이 과정에서 옵티칼하이테크가 생산하던 물량 대부분이 닛토덴코의 또 다른 자회사인 한국니토옵티칼로 넘어가고 옵티칼하이테크 정리해고 이후 니토옵티칼이 87명을 신규 채용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니토덴코 쪽은 정리해고자 가운데 남은 7명의 고용 승계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 외투 기업으로서 사회적으로 누릴 수 있는 이익은 다 누리고 고용 유지라는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박정혜씨가 지난 5월12일 경북 구미시 한국옵티칼하이테크공장 고공농성장에서 `500일이 되기 전에\'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경제 논리에 짓눌려 노동자 고용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가운데 대통령 선거를 앞둔 후보들조차 별 관심이 없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정도가 20일 농성장에서 박씨를 만나 사태 해결의 뜻을 보였다. 권 후보는 박씨한테 ‘나를 잊지 마세요’라는 꽃말의 물망초 화분을 선물하며 “그들이 내려오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손잡고 내려가는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경기 평택에 있는 니토옵티칼 공장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어 닛토덴코가 교섭에 나서 이들 노동자의 고용 승계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외투 기업의 오랜 침묵과 이런 외투 기업에 고용 승계를 요구하지 못 하는 국가 권력의 공백이 500일 넘게 이어지는 동안 박씨는 국내 최장기 고공농성 기록을 매일 갱신하고 있다. 또 조선 하청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의 서울 장교동 한화 본사 앞 첨탑 농성은 이날로 68일,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고진수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장의 서울 명동 교통구조물 농성은 98일을 맞았다. 박씨는 “노동자가 고공에 올라 500일 넘게 내려오지 못하는 상황에 관심을 갖고 함께 목소리를 내주면 좋겠다”고 말을 마쳤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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