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과잉에 코로나19로 수요 줄어…배출권 거래제 시장기능 잃었다"

탄소배출권 시장이 공급과잉으로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제1차 배출권 이행기간 당시 기업에 배출권을 과잉 사전할당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김마루 환경부 기후경제과장은 2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배출권거래제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진행한 세미나에서 "배출권거래제 연착륙을 위해 기업에 과다하게 배출권을 사전할당한 탓에 공급과잉 문제가 발생했다"며 "제도적 문제 외에도 코로나19(COVID-19) 이후 경기변동으로 기업 배출 수요가 줄어들며 배출권거래제가 시장으로서 성격을 잃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2012년 11월 시행된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2015년 제1차 계획기간을 시작으로 현재 제3차 계획기간까지 이행되고 있다. 산업과 전환 부문이 전체 할당량의 90%를 차지해 온실가스 주요 감축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시장의 수급 조절기능이 떨어지고 시장참여자도 줄며 배출권 가격은 2021년 1만9709원에서 2023년 7월 최저점인 7020원까지 하락했다. 산업계에서도 대규모 감축설비 투자 지원에 한계를 겪고 있다. 공급량에서 배출량을 뺀 잉여량은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김 과장은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 계획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뿐 아니라 배출권 시장이 스스로 방향을 찾아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골자"라며 "지난해 연말 이와 관련된 기본적인 계획은 마련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배출허용총량 외 예비분 중 시장안정화조치예비분을 총량내로 포함해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의무를 강화한다. 또한 사전할당량을 나누는 기준도 산업, 전환, 폐기물, 수송, 건물, 공공기타 6개에서 발전, 발전 외 2개부문으로 통합 개편해 형평성 문제를 개선할 예정이다.
가장 큰 문제로 꼽혔던 배출권 시장 정상화를 위해 K-MSR(한국형 시장안정화제도)을 도입한다. EU(유럽연합)와 미국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사용해온 MSR은 배출권 수요가 감소할 경우 공급과잉을 우려해 유상할당 계획량 일부를 예비분으로 이전하고, 배출권 수요가 증가할 경우 공급 부족을 우려해 예비분을 경매로 시장에 공급하는 등 배출권 시장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한다.
김 과장은 "그간 배출권이 과잉공급돼 있었다는 문제를 교정하기 위해서는 보다 엄격한 배출허용총량을 설정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그간 산업계와도 소통을 이어온만큼 기업의 감축활동 인정기준과 절차를 완화해달라는 요청 등을 전부 수용하거나 일부 수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배출권시장협의회와 함께 배출권거래제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세미나는 배출권을 유상 구매해야하는 유상할당비율 상향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 학계, 업계가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마련됐다.
패널토론에서 윤여창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전 유상할당 비율이 낮게 계획된 상황에서 배출권에 대한 시장 수요가 줄어들며 배출권 가격의 지나친 하락을 막고자 경매가 축소됐다"며 "최종 할당량 중 유상할당으로 판매된 비중이 1%까지 감소해 경매량을 추가로 감축할 여지가 없어 가격 하락을 방어하는데 한계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제4차 계획기간 유상할당 비중을 상향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유상할당 비중을 상향하는 방식에 대한 검토가 선결돼야한다"며 "유상할당 비중이 상향될수록 무상할당 비중은 감소한다는 점에서 희소해진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도 논의해야한다"고 밝혔다.
윤 연구위원은 유상할당 비중 확대 방안으로 △유·무상할당 업종을 구분하는 기준을 유지한 채 유상할당 비중을 상향 △유상할당 업종 중 발전부문만 유상할당 비중을 상향 △유상할당 업종의 범위 자체를 확대 등 3가지를 제시했다.
이어 철강업계 목소리를 전한 남정임 실장은 "배출권거래제 제4차 계획기간 동안 합리적으로 K-MSR(한국형 시장안정화제도)을 설정하고 그간 과도하게 설정된 기타용도 예비분도 효율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며 "이외에도 발전부문 유상할당 확대에 따라 전력요금이 상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도 마련돼야한다"고 말했다.
이영기 배출권시장협의회 회장은 "제4차 배출권거래제는 중요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며 "이번 세미나가 온실가스를 감축하되 산업이 무너지지 않는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창현 기자 hyun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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