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교사·종교인 등 무더기 ‘특보 임명’ 논란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가 경기지역 교사를 비롯해 종교인, 언론인, 일반 시민 등을 대상으로 무더기 '특보 임명장'을 발송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전 동의없이 임명장을 받은 이들은 선거법 위반, 개인정보 보호 침해를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21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조직총괄본부 산하 시민소통본부 희망교육네트워크 명의 '교육특보' 임명장이 경기지역 교사 수십명에게 카카오톡과 문자 메시지로 전달됐다.
해당 임명장에는 '김문수 후보 교육특보에 임명한다'는 문구와 함께 김 후보 직인이 포함돼 있고, 카카오톡과 문자 메시지에는 홍보 페이지 및 후원 링크도 함께 첨부돼 있다.
경기교사노조 관계자는 "교무실 안에서 너도나도 받았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며 "국민의힘에 문의 전화를 한 교사도 적지 않다"고 했다. 이어 "정치 중립을 지키라고 해놓고 선거운동을 유도한 것 아니냐"며 "교사 커뮤니티에도 관련 내용이 공유되고 있다"고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정치기본권이 없는 교사들에게 무작위로 임명장을 보낸 건 심각한 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국민의힘은 발송 경위를 해명하고 개인정보 수집·활용 경로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육공무원은 교육공무원법 제43조와 공직선거법 제9조 등에 따라 정치적 중립이 의무화돼 있다. 공직선거법 제93조 제3항은 선거운동을 유도하기 위한 문서나 인쇄물 배포를 금지하고 있다.
해당 임명장은 교사 외에도 종교인과 언론인, 시민단체 활동가, 일반 시민 등에게도 발송됐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 김달성 대표는 '제21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조직총괄본부 조직지원 자유민주공동체 수호연합 조직위원장'에 임명됐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불법선거운동으로 신고했다.
김 대표는 "특정 정당에 가입한 적도 없는데 아무런 동의도 없이 임명장을 받았다"며 "윤석열 후보 캠프 때도 비슷한 메시지를 받았다. 반복되는 관행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정부 한 교회의 원모 목사 역시 임명장을 받았다. 그는 "지지하지도 않는 당인데 마구잡이로 임명장을 남발하는 게 기분 나쁘다"며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개인정보 유출이 된 건지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경기도 선관위에는 관련 신고가 여러 차례 접수됐다. 정확한 신고 건수는 집계되지 않았다. 선관위 관계자는 "임명장 발송이 법 위반인지 여부는 종합적인 사실관계를 살펴봐야 판단할 수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임명 추천을 위해 휴대전화번호를 제공한 인사는 선거대책위원회를 포함한 모든 당직에서 해촉하고, 추가적인 필요 조치를 신속히 취할 예정"이라며 "해당 인사가 제공한 휴대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는 전량 폐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임명장 발급과 관련된 절차를 철저히 준수하고,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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