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매력 없어" 전문직 외인 짐 싸고…"일 안 맞아" 단순직은 적응 실패
[편집자주] 선거는 정책 경쟁의 장(場)이다. 미뤄왔던 정책 과제들이 쏟아진다. 정책 과제를 해결하는 것은 대한민국 '1.0'에서 '2.0'으로 가는 과정이다. 미뤄왔던 정책 과제를 이슈별로 살펴본다. 이 같은 정책 과제를 'Policy(정책) 2.0'으로 명명했다.

저출산 고령화로 심화하는 노동력 부족 문제에 이민제도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 노동 현장에서는 현행 이민제도에 허점이 많다는 의견이 많다. 이공계 석·박사급 고급인재에서부터 농어촌과 공장 등 기피업종의 비숙련 노동력까지 전방위적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인데 어느 한 쪽도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의 이민 관련 정책은 숙련·전문인력들이 국내에 터를 잡고 살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확정된 제4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과 법무부가 추진 중인 신(新)출입국·이민정책 모두 인재유치 지원에 방점을 찍고 있다. 정부는 첨단산업 분야 최우수 인재를 겨냥한 '탑티어(Top-Tier) 비자', 국내 우수대학 과학기술 인재에게 영주권·국적 부여 혜택 확대를 추진하는 등 유학생의 정주를 유도하는 정책들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5년 내 전문·기능인력 10만명 추가 확보'라는 정부 목표로는 국내 주력산업의 인력난을 해결하고 경쟁력을 높이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4월말 기준 취업자격을 가진 체류외국인 60만4474명 중 전문인력은 9만6426명(16%)에 불과했고 이중 연구인력 비중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비영어권 국가란 점 외에도 국내 박사급 일자리 자체가 부족해 해외 우수인재 유입이 구조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인력 유치를 위한 각종 정책이 시도됐지만 체류인구 증가세는 미미하고 장기 정주로도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체류기간이 5년 이상인 경우가 절반에 불과해 '살고 싶은 나라'라는 매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인력은 연봉 등 경제적 조건뿐 아니라 삶의 질 전반을 기준으로 장기 체류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2022년 세계 인적자원 경쟁력 지수 보고서'(인시아드·포툴란스연구소 공동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대상 국가 133개국 중 27위였지만 OECD 38개국 중에선 24위로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특히 외국인에 대한 개방성·여성 인력 비중 등을 따지는 매력도 부문에서는 55위에 그쳤다.
산업현장을 떠받치는 비숙련 외국인력 제도 역시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 취업자격 외국인의 절반 이상이 고용허가제(E-9)를 통해 입국하는데 입국하는 인력의 역량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 근로자-사업주 간 미스매칭이 빈번하고 이는 근로자의 적응 실패와 사업주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 평균 4개월이 소요되는 인력 배정 속도 역시 산업 현장의 즉시 대응을 어렵게 한다. 일본, 대만 등 경쟁국보다 높은 임금 수준에도 불구하고 역량 평가 없이 인력을 배정하다 보니 효율성은 낮다는 비판도 따른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올해 초 발간한 '인구구조 변화대응을 위한 이민정책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부터 2033년까지 최대 487만4700명의 인력부족이 예상된다. 이 중 조작조립, 단순노무 등 저숙련 생산직이 47.9%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 고숙련 생산직(22.7%), 저숙련 사무직(20.9%), 관리직과 전문가인 고숙련 사무직(8.4%) 순으로 부족규모를 보였다.
보고서는 "단기순환 형태의 비전문인력은 한시적 체류를 원칙으로 하되 숙련·전문인력은 반복갱신을 통해 장기거주에 이르도록 해 노동시장 수요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영주권자나 귀화자 등 정주형 이민자의 경우 고령화 등에 따른 건강보험과 복지지출이 예상되는 만큼 이들의 소득·빈곤·지역사회 통합 등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조사와 정책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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