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Y프로젝트 의혹' 변곡점… 굼뜬 경찰, 수사 속도 낼까

안경호 2025. 5. 2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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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구, 당선작 설계 도면 검토 결과
"필로티 내 시설 연면적에 넣어야"
엉거주춤한 경찰 수사 동력 확보
압수 수색 등 강제 수사 관측 나와
市·건축 설계 업계 경찰 행보 주목
광주경찰청 전경.

광주광역시 Y프로젝트-영산강 익사이팅 존 조성 국제 설계 공모를 둘러싼 비위 의혹을 캐고 있는 경찰의 수사가 변곡점을 맞게 됐다. 그간 "수사가 굼뜨기 짝이 없다"는 경찰 안팎의 비판을 불식하고 수사 동력이 될 묵직한 사안이 튀어나온 것이다. 광주시가 발표한 당선작이 건축 연면적 허용 범위(5,000㎡)를 초과했다는 취지의 건축 허가 협의권자 검토 결과다.

2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 북구는 이날 당선작의 캐드(CAD·컴퓨터 이용 설계) 도면 파일(DWG)을 검토한 결과, 영산강 익사이팅 존에 들어설 아시아 물역사 테마 체험관 1층 필로티(기둥) 공간 중 시설물(수정원)이 설계된 부분(바닥 면적)은 연면적에 산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북구는 "현행 건축법 시행령은 필로티 부분이 공중(公衆)의 통행이나 차량의 통행 또는 주차에 전용되는 경우 바닥 면적에서 제외된다"며 "그러나 당선작엔 필로티 공간에 사람이 다닐 수 없는 시설물이 일부 설계돼 있어 이 부분은 연면적에 산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수정원 공간을 연면적에 산입하면 당선작은 건축 연면적 허용 범위를 초과하게 된다는 얘기다. 건축 허가 협의 기관인 북구가 "당선작이 건축 연면적 허용 범위를 상당히 많이 초과했다"는 공모 관리 용역 업체 S사와 "엉터리 용역사"라는 강기정 광주시장을 두고 S사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앞서 S사는 당선작의 건축 연면적 산입 및 제외 공간을 구분해 달라는 민원을 북구에 냈다.

북구가 당선작의 공모 지침 위반 시비를 불러온 건축 연면적 허용 범위 초과 여부에 대해 가르마를 타주자 광주시와 지역 건축 설계 업계 안팎의 시선은 경찰로 향하고 있다. 지난달 초 수사 착수 이후 두 달 가까이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했던 경찰이 수사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여건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가 새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의 핵심 공약 사업인 Y프로젝트 '영산강 익사이팅존'의 국제 설계 공모 당선작인 '경계 없는 풍경' 조감도. 광주시 제공

이 사건은 당선작이 건축 연면적 허용 범위를 초과했다는 S사의 기술 검토 종합 보고서상 지적 사항을 광주시가 당선작에 유리하게 수정해 심사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치게 했냐는 게 본질이다. 실제 S사는 2월 18일 당선작이 건축 연면적 허용치를 초과한 사실을 확인, 기술 검토 보고서 해당 점검 항목란에 지침 위반을 의미하는 X자(字)를 표시해 광주시에 넘겼다. 하지만 광주시는 연면적 초과 여부에 대한 검증도 없이 X자를 지우고 당선작의 건축 면적 개요만 기재한 뒤 기술 검토 권한이 있는 공모 운영 위원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 사건 수사는 지난달 초 압수 수색 영장이 검찰에 의해 기각된 이후 겨우 명맥만 유지해 왔다. 경찰은 지난달 24일 북구에 당선작의 건축 연면적 산출을 요청했다가 퇴짜를 맞은 뒤 같은 내용으로 협조를 구했던 광역자치단체 건축사회 두 곳마저 "연면적을 산출하지 않을 것 같다"(A건축사회), "건축 허가권자가 판단하는 게 맞다"(B건축사회)고 손사래를 쳐 수사는 답보를 거듭했다. 특히 지역 건축 설계 업체 사이에선 "경찰이 공모 탈락 업체가 광주시를 상대로 낸 설계 계약 우선협상자 지위 배제 및 계약 체결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판단을 지켜본 뒤 수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찰의 수사 의지에 대한 의문마저 일었다.

하지만 건축 허가(협의)권을 쥔 북구의 당선작 건축 연면적 검토 결과로 수사 추진력을 확보한 경찰은 '다음 스텝'을 밟을 수밖에 없게 됐다. 당장 경찰은 당선작이 건축 연면적을 얼마나 초과했는지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한 뒤 강제 수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강제 수사 시점이다. 경찰은 "(의혹 등을) 계속 확인 중"이라고 했지만 수사가 지금처럼 더디게 진행된다면 수사 대상자들에게 입을 맞출 수 있는 시간만 벌어주는 꼴이 될 수 있어 간단치만은 않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언론에 보도된 의혹을 수사할 때는 신속한 압수 수색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묵묵히 수사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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