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사람이 없다" 이민 외엔 답 없는데…반쪽제도·반감 '산 넘어 산'

조준영 기자, 이지현 기자, 박상혁 기자, 이혜수 기자 2025. 5. 2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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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cy2.0-이민정책]①
[편집자주] 선거는 정책 경쟁의 장(場)이다. 미뤄왔던 정책 과제들이 쏟아진다. 정책 과제를 해결하는 것은 대한민국 '1.0'에서 '2.0'으로 가는 과정이다. 미뤄왔던 정책 과제를 이슈별로 살펴본다. 이 같은 정책 과제를 'Policy(정책) 2.0'으로 명명했다.

취업자격 체류외국인 현황/그래픽=이지혜

한국은 유례없는 인구절벽을 맞고 있다. 외국인 이민자들을 적극 유치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해결책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이민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위해선 제도적 미비, 사회 구성원들의 반감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합계출산율은 0.7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치다. 단순한 저출산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존립 기반을 흔드는 구조적 위기다. 이미 2020년부터 사망자가 출생아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가 시작되며 인구가 자연 감소세에 들어섰다.

인구가 줄면서 일할 사람이 부족해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2년부터 10년간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332만명 줄어든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올해부터 2033년까지 최대 487만명의 인력이 부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수십조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크게 반등하지 않고 있다. 결국 생산연령인구 감소에 대응할 주요한 수단으로 이민 확대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출산율 회복이 당장 어려운 상황에서 외부 인구를 유입시켜 인력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현재의 이민정책은 당장의 인력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많다. 외국인을 일정 기간 고용한 뒤 출국시키는 고용허가제(E-9)가 대표적이다. 20년 넘게 유지되고 있는 이 구조는 외국인들의 장기 체류나 지역 정착을 유도하지 않는다.

산업현장에서는 경험이 쌓인 외국인을 다시 내보내고 신규 인력을 반복해 훈련시켜야 하는 비효율이 발생하고 외국인 입장에서도 체류제한은 불법체류 유인으로 작용한다. 실제 국내 불법체류 외국인은 4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체류기한 제한 없이 비자를 연장할 수 있는 전문인력조차도 한국에 오래 머무르고 싶어하지 않는다. 2022년 이민자 체류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문인력 가운데 5년 이상 장기체류자는 절반 수준에 불과했고, 계속체류를 희망하더라도 상당수는 비자연장을 택할 뿐 영주 등 장기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비자를 취득하려는 비율은 20%도 되지 않았다.

새로운 나라에 정착할 때는 연봉 등 경제적 여건 뿐만 아니라 주거 환경, 자녀 교육, 의료 접근성, 사회 분위기, 차별 경험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는 만큼 이민자의 삶의 질 전반을 개선하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이민정책을 통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거버넌스 구축 필요성도 커진다. 법무부,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외교부 등에 산재돼 있는 외국인 관련 업무를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이민청 같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행정기구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민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지난 국회에서 폐기됐다. 이번 대선에 출마한 주요 후보들의 10대 공약에도 이러한 조직개편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다. 여전히 정치권에선 이민 확대에 대한 유권자 반응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강하다.

이민 확대가 생산가능인구 확충, 경제성장 동력 측면에서 불가피한 선택인 만큼 인구정책으로서 이민자를 유입하는 정책이 정교하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만이나 일본은 최소 청 규모의 이민정책 전담기구가 있는데 아직도 우리는 법무부 산하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이를 담당하고 있다. 다문화국가 진입을 앞두고 있다는 것 치고는 격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도 있고 방향이 옳더라도 그걸 전문성 있게 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한데 아직 우리는 그 부분이 매우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이지현 기자 jihyunn@mt.co.kr 박상혁 기자 rafandy@mt.co.kr 이혜수 기자 esc@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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